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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 20만원짜리 찾아 전전
서울 대학생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들여다보니…
골목길 돌고돌아 고지대 2층집…잠만 잘 수 있는 5층 건물 지하
고시원은 아예 창문도 없어 답답…“주택바우처제 대폭적 확대 필요”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료 50만원, 관리비 5만원 ’ 서울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월세 임대 광고지만, 대학생들이 감당하기에 벅찬 금액이다.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싼집을 찾아 지하로, 산꼴짜기로 내몰리고 있다. 본지가 대학가 이사철을 맞아 보증금 100만원 월세 20만원내외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엿봤다.

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 3가 명륜9길 성균관대 후문 마을 버스 종점. 성균관대 후문에서 10분을 뻘뻘거리며 올라온 길이었다. 보증금 100만원, 임대료 20만원 정도의 방들은 중개업소를 통해 찾을 수 없었고, 게시판 벽보를 통해야 했다.

성균관대 후문에는 사람을 찾는 전단지 들이 가득 붙어 있다. 대부분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30만원이다.

멀리, 대학로 낙산공원, 두산타워, 동대문구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낑낑대며 올라오는 마을버스가 수차례 지나갔을까. 임대인 A(여ㆍ70대)씨가 나타났다.

골목길을 돌고돌아, 찾아간 2층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임대료 15만원의 방이었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로 가려면 마을버스로 5분, 걸어서는 20분은 걸릴 위치였다. 방은 9.9㎡ 남짓이었다. 화장실은 A 씨와 공용이며, A 씨의 냉장고와 가스렌지를 써도 된다고 했다. A 씨 역시 임차인으로, 지난해 6월 1년 만기로, 보증금 500만원 임대료 30만원에 계약을 했다. A 씨는 두개의 방 중 하나를 학생들에게 다시 내놓고 있었다. A 씨는 “내가 나가면 같이 나가도 되고, 아니면 400만원을 더 주고 방을 물려받은 뒤 재임대를 놓으면 된다”고 했다.

다음에 찾아간 집은 ’6개월 월세 가능 방 6개중 한 개, 100-18, 반지하‘로 성균관대 정문 인근, 소위 평지에 있는 곳이었다. 잠만 잘 수 있는 방이었다. 인근에는 식당들이 몰려 있고, 대형슈퍼도 눈에 띄었다.

집주인 B(60대 후반) 씨를 따라, 5층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발을 내딛자 곰팡이 냄새가 훅 올라왔다. 복도 양 옆으로 3개씩 총 6개의 방이 있었다. B 씨는 5층에도 보증금 500만원에 임대료 45만원 짜리 방을 놓고 있었으며, 두명이 살면 500 만원에 50만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5층의 높이가 보증금의 액수만큼, 임대료의 차이만큼 높아 보였다.

이번에는 지방학생들이 많은, 고려대 인근으로 옮겼다. 우역곡절 끝에 찾아간, 안암로 20가길에 있는 보증금 100만원에 임대료 20만원 집.세를 놓고 있는 방은 창고건물 윗층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는 미닫이문은 기자가 힘을 주자 빠져 버렸다. 방은 9.9㎡ 남짓. 1층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했고 샤워실은 따로 없었다.

20만원대 방의 또 다른 한 축은 고시원. 고대 인근에서 찾아들어간 C고시원은 방번호가 70번까지 붙어 있는 꽤 규모가 큰 곳이었다. 1~2층으로 돼 있고 각층에 30여명씩 생활하는 듯 했다. 방은 창 존재 여부에 따라 20만원, 30만원, 33만원으로 나뉘고 있었다. 20만원 짜리는 3.3㎡남짓했다. 발을 뻣고 누우면, 머리와 다리가 벽에 닿을 크기였다. 민달팽이 유니온 세입자네트워크 민경지 활동가는 “월세 10~20만원 짜리는 주거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면서, “월세가 대부분인 대학생 주택임대시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주택바우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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