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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6월26일을 기억하자
다소 지친듯 상기된 표정의 회장과, 여기는 또 어딘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뜬 행장이 차례로 들어왔다.

머리속은 매우 복잡하다. 조직에 대한 미안함과 이 지경까지 왔나하는 후회감, 어떻게든 (제재)수위를 낮춰봐야겠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얽히고 설킨다.

취임때보다 더 많은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해명(소명)의 길로 들어선 두 최고경영자(CEO)는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짧은 한마디를 뒤로 하고 총총히 사라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6월 26일. ‘금융인 대참사의 날’이다. 역대 가장 많은 금융 사건ㆍ사고에 200명을 훌쩍 넘는 최다 제재인원, 최고위급에 대한 무더기 제재, 징계수준도 가장 높다.

특히 KB는 이날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소명에 나섰으니 ‘KB 치욕의 날’이기도 하다.

대체 KB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은행에는 가끔 한지붕 몇가족인 사례가 있어왔다. 통합 국민은행은 한때 한지붕 세가족(옛 국민은행·주택은행·국민카드 노조)이었다. 노동조합에만 붙을성 싶은 이 표현이 KB 최고 경영진에 적용된다.

회장과 행장, 감사, 사외이사가 모두 따로 행동하고 생각한다. 극심한 내홍을 겪은 주전산기 교체작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재무부 출신으로 차관까지 지낸 임영록 회장,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건호 행장, ‘금융권의 김보성’(의리)으로 통하는 정병기 감사, 그리고 각각의 사외이사들까지. 정 감사는 비록 재무부 출신이지만 임 회장이 영입한 인사는 아니다.

서로가 출신과 KB에 들어온 배경이 다르다보니 ‘지나 내나 원 오브 뎀’이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KB 사태의 핵심은 바로 지배구조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있지만 인사권과 같은 권한은 사실상 주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단적인 예가 얼마전 있었다. 지난 5월 금감원은 민원발생평가등급을 각 금융사 영업점의 잘 보이는 입구에 빨간 글씨로 3개월간 부착토록 했다. 당시 법조계와 정책을 다루는 금융위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이 조치가 너무 즉흥적인데다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금융판 주홍글씨’는 한달도 안돼 슬그머니 사라졌다.

KB 경영진은 금감원이 사전통보한 중징계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KB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금융인들은 감독당국의 제재수위가 때에 따라 다르고 여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금융당국은 선진국과 달리 기관에 대한 금전적 제재보다 임직원에 대한 신분적 제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에도 감독당국은 원샷 제재로 모든 사건ㆍ사고에 대한 제재를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거의 대부분의 안건이 7월로 넘어왔고 이달중 다 끝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감독당국의 제재 결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일련의 사태가 아직도 KB를 민간으로 보지 않는 위정자들의 탐욕, 자리보전과 줄서기에 바쁜 내부인들, 큰 그림이 아닌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는 감독당국의 합작품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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