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새 총리 인선, 진영 밖으로 나와 찾아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장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가히 ‘인사참사’라 할 만하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세월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표방한 국가개조는 커녕 당장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정책 대안들이 이어지는 총리 인선 불발에 치여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총리 인선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국론은 더욱 분열되는 양상이니 이런 국력 낭비가 없다.

총리 지명자가 연거푸 국회 청문회장에 서보지 못한 채 낙마한 데는 일단 청와대 책임이 무겁다.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 조차 검증하지 않아 초래된 ‘안대희 낙마’를 겪고도 크게 깨닫지 못한 셈이다. 언론인 출신인 문 지명자는 과거 칼럼과 강연 등이 기본 검증항목일 텐데 굳이 김대중ㆍ노무현 진보정권 10년간 그들과 척진 강경보수 논객을 천거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러니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고장난 인사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책임자의 잘못을 엄중히 묻지 않는다면 인사 실패는 재현될 수 밖에 없다.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이 거론되는 이유다.

그렇다해도 인사참사의 궁극적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이 왜 개각을 하게 됐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여권에 대해 이반된 민심과 여론을 수습하기 위함이 아닌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꽃다운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린 뒤 시작한 개각이 아닌가. 대통령의 눈물을 본 국민이 6ㆍ4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게 아닌가. 그럼에도 이후 박 대통령의 청와대 및 내각 인선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기존의 수첩인사, 진영논리, 보은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에게 감동은 커녕 실망만 안긴 셈이다. 지난주 실시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3%)를 처음으로 앞선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박 대통령에게 그의 ‘절친’이기도 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권면하고 싶다. 독일은 세번의 대연정을 통해 국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지금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정부도 기민당ㆍ기사당과 사민당과의 연정으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메르켈의 이런 리더십에 힘입어 독일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을 구가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이 사회통합 부지사에 야당 인사를 영입하고 정책연대 요구도 수용하겠다는 ‘경기도발 연정’을 제안한 것도 메르켈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출범 초 ‘100% 대한민국’을 외쳤던 초심으로 돌아가 이제 진영논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국민적 신망이 두텁고 개혁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 이라면 야권 인사라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흘린 박 대통령의 눈물에서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