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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로 올라온 영화 ‘다크나이트’와 ‘인셉션’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못난 경찰인 내가 미안하다아~~”

고든 형사역을 맡은 배우가 한 손을 뻗고 절규하며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패러디하자 연습실은 폭소의 도가니가 됐다.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연습실에서는 연극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 마지막 장면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은 영화 ‘메멘토’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을 배우들의 대사와 움직임을 통해 전달한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화 대 영화’처럼 두 영화 속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이 연극의 소개서에는 작가 이름 대신 ‘공동창작’이라고 적혀있다. 임도완 연출이 기본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배우들이 상황에 맞게 대사를 썼다.

[사진제공=사다리움직임연구소]

“여기서 대사를 길게 할 필요는 없어”(임도완 연출)

“‘당신이 10분전에 못한 짓을 내가 하지’라는 대사를 넣을까요?”(장성원 배우)

배우들은 연습을 하면서도 대사를 끊임없이 고쳐나갔다. 연극 말미에 등장하는 랩 가사도 배우들이 직접 썼다.

윤진희 배우는 “대사를 만들기 위해 정말 질릴 때까지 영화를 봤다며”며 “거의 두달 내내 배우들이 모여서 하루에 한번꼴로 영화를 보고 토론했다”고 전했다.

검은 옷을 입은 아홉명의 배우는 폭발음 등 일부 음향효과 외에 입과 몸짓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무대 소품도 거의 없고 분장도 따로 하지 않는다. 얼굴 반쪽에 화상을 입은 하비 덴트의 경우 배우가 손으로 얼굴 반쪽을 잡아당겨 일그러뜨리는 식이다.

고승덕 패러디, 세월호 참사 등 현실을 영화 속 장면에 접목한 기발한 대사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배우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과 ‘꿈’은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주인공 배트맨은 전지전능한 영웅보다는 자신이 진정한 영웅이 맞는지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인셉션’은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한 영화다.


임 연출은 “개천에서 난 용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던 시절은 지났다”며 “우리의 꿈은 주입식 교육에 좌우되는 건 아닌지, 그런 현실이 못마땅해서 그냥 꿈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는 꿈과 현실이 혼동될 때 ‘토템’을 사용한다. 토템인 작은 팽이가 계속 돌아가면 꿈이고, 멈추면 현실이다. ‘인셉션’은 코브가 돌린 팽이가 계속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 관객들 사이에서 마지막 장면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연극의 제목도 크리스토퍼 ‘놀란’ 클럽이 아니라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이다.

임 연출은 프랑스 자크 르콕 국제연극마임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영화 한편을 8~10분으로 요약해 발표하는 수업을 들었다. 이를 응용해 1999년 영화 ‘터미네이터2’를 30분짜리 연극으로 만들었고, 올해는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을 무대에 올린다. 영화를 못 본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극중 내레이터가 각 장면에 대해 설명해준다.

임 연출은 “앞으로 영화계 거장들의 작품도 무대에 올리고 싶다”며 “‘겨울왕국’처럼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무대로 옮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개막하는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은 7월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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