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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최후의 비극,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의 처음은 중동 지역의 소년들이 민병대원이 되기 위해 머리를 삭발하는 장면이다. 록밴드 라디오헤드가 토니 블레어 시절 영국의 이라크전 참여를 비판한 노래 ‘유 앤 후즈 아미?’(You and Whose Army?)가 흐르는 가운데 앳된 외모의 소년들은 광기와 분노, 절망, 자기 연민 그리고 자기 파괴적 욕망으로 점철된 눈빛으로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영화는 전쟁이 찢고 할퀸 아랍계 캐나다 이민자의 처절하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린다. 그 중심에는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져 소년병으로 길러지고 ‘전쟁기계’로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평범한 아이를 납치해 괴물로 길러낸 전쟁과 사회, 그리고 고문과 살인 강간 학살로 점철된 한 남자의 삶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정확한 ‘반증’이었다.

인류의 가장 참담한 범죄이자 악행의 결과로서 전쟁에 동원된 ‘소년병’들의 실태를 기록한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미리엄 데노브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창)이 최근 발간됐다.

‘소년병 징집 금지 연대’가 지난 2004년 발표한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에 소년병은 25만명에 이른다. 저자는 2007년 ‘파리 원칙’에 따라 소년병을 정의한다. “아동, 소년 소녀를 포함하나 이에 국한되지 않는 18세 미만으로, 여하한 능력의 군대나 무장단체에서 전투병, 요리사, 운반병, 전령, 첩보병, 성적 목적으로 이용되거 있거나 과거에 모집되거나 이용된 적이 있는 자”를 이르며 “이 정의는 적대 행위에 직접 가담하고 있거나 가담한 적이 있는 아동에 제한되지 않는다”. 소년병 징집은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나 남미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분쟁을 겪는 유럽, 아시아 등 전쟁이 벌어지는 지구 위 어디에서나 자행되고 있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지난 10여년 이상 내전을 겪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반군 연합전선(RUF)의 전직 소년병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소집단 토론을 실시해 그 결과를 책으로 썼다. 소년병이 폭력과 무력충돌의 복잡한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 과정을 객관적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이들이 전쟁에서 벗어나 종전 뒤에 자신의 삶과 자아상을 조화시키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파헤쳤다. 



저자는 소년병의 정의와 전세계의 실태, 이를 연구하기 위한 틀로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구조화 이론을 설명한 후(1장) 시에라리온의 무력충돌의 역사(2장)를 살펴본다. 이어 시에라리온 RUF에 몸담은 아동 76명(소년36명, 소녀 40명)을 표본으로 삼아 2년넘게 진행한 심층면접과 집단 토론 방법(3장)을 소개한 후 4장부터는 그들의 사례와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 미리엄 데노브는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맥길 대학 교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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