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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0년,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엔 고종의 사진, 그리고 당구장이 있었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그곳엔 고종의 사진과 태극기, 그리고 당구장이 있었다. 구한말 자주외교의 상징이었던 미국 워싱턴 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의 층별 용도와 공관원의 업무 및 일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공문서가 처음 확인됐다. 114년전 당시 건물의 보수와 수리를 위해 업체에 의뢰해 받은 견적서다.

1900년 4월 당시 임시 서리공사 이의담(李宜聃, 1861~몰년 미상)이 공사관 건물의 손상이 심해 물이 새는 등 수리 및 보수가 필요한 상황임을 대한제국 외부(外部)에 보고하면서 현지 보수 업체(A.J. Fisher & Co.)에게 받은 견적서인 ‘주미공관중수명세서(駐美公館重修明細書, 이하 ‘명세서’)’ 원본이 최근 발굴됐다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 이하 ‘재단’)이 24일 밝혔다. 이와 함께 1901년 공사관 건물의 수리, 보수 후, 새로 구입하거나 교체한 집기(什物) 물품목록을 자세하게 작성하여 대한제국 외부에 보고한 ‘주미공관수리후유물기(駐美公館修理後留物記, 이하 ‘유물기’)’ 원본도 확인됐다.

이들 공문서는 올 초부터 재단이 ‘공사관 복원 및 층별 전시계획’을 수립하던 중, 서울대학교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주미내거안(駐美來去案)’ 공문서를 검토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1900년 당시 공사관 건물 2, 3층을 포함하여 지하 공간 등 각방의 명칭과 이곳에 배치되어 있던 구체적인 물품목록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공사관 내외부 모습은 도산 안창호, 송재 서재필 선생의 유족들이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사진들과 미국 헌팅턴라이브러리(The Huntington Library)가 소장하고 있는 1903년 추정 공사관 내부 1층과 외부 경관 사진을 통해서만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미내거안’ 5책의 ‘명세서’와 6책에 수록된 ‘유물기’에는 공사관 각방 명칭과 물품목록이 적시되어 있다.

우선 1층은 메인홀(Main Hall), 응접실(Parlor), 응접실 후면(Back Parlor), 온실(Conservatory), 식당(Dining Room)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층은 공사방, 서재(Library), 사무실(Office), 3층은 공사(公使) 외 나머지 공관원들이 사용하는 3개의 방, 지하층은 보일러실(Furnace Room), 당구실(Billiard Room), 부엌(Kitchen), 식료품저장고(Pantry), 세탁실(Laundry)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재단이 확인한 공문서에 따르면 1층에 정당(正堂)이라는 공간이 있고, 그 방에 고종황제 어진(御眞, 왕이나 황제의 그림이나 사진)과 황태자 예진(睿眞), 그 외 태극기 1면(面)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일본과 러시아 등 열강들의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을 극복하기 위해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독립국’임을 천명한 직후였다. 이는 1901년 당시 공사관에서 1층 정당에 어진과 예진을 모셔놓고 고종황제와 황태자에 대한 망궐례(관리들이 한달에 두번 황제를 상징하는 패에 절하는 의식)를 거행하고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자료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또한 현재까지 공사관 2층과 3층은 사진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층별 용도를 알 수 없었으나, 이번 공문서 확인을 통해 구체적인 용도가 확인되었다. 2층은 공사방과 사무소, 서적실로 구성된 공적 업무 공간으로, 3층은 공관원 숙소 공간으로 사용되었으며, 지하공간은 보일러실, 세탁실, 식료품저장고, 당구실 등으로 쓰여 관리 및 휴식공간으로 역할이 세분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재단은 2013년 4월에는 공사관 개설일자를 2년 10개월(1891.12.1.→1889.2. 13) 앞당기는 미국 국무부 문서를 공개하였으며, 같은 해 8월에는 공사관 우편엽서를 발굴하여 ‘항일독립의 상징물’로 미주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주고받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문화재청은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 매각되었던 공사관을 102년 만인 지난 2012년 10월 18일 재매입했다. 2013년 1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관 건물의 관리를 위탁 받은 재단은 2016년 하반기까지 ‘복원과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백악관에서 북동쪽으로 자동차 10분 거리인 워싱턴 D.C 로건 서클 15번지에 있으며 지하 1층 지상 3층( 대지 226.16㎡, 연면적 578.38㎡) 규모를 갖추고 있다. 재단이 밝힌대로 1889년 공사관원이 입주해 업무를 시작했으며 1891년 고종황재가 매입했다. 1905년까지 공사관으로 쓰였으며 1910년 일본에 매각된 후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었다. 대한제국의 재외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단독건물이다.

이형석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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