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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최영진> 박근혜 VS 남경필
통합과는 거리 먼 불통 인선
야당과의 연정실험과 대조적
공생 마음없이는 정치발전 요원
‘공존’ 지향하는 정치인에 격려를



6ㆍ4 지방선거 이후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두 개의 정치적 풍경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인선과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의 통합 행보이다. 한 쪽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 다른 한 쪽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과 도지사의 역할과 직분이 다르긴 하겠지만 국정과 도정을 책임지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충분히 비교 가능하리라 본다.

두 사람 모두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었다. 박 대통령이 3.6%포인트 차이로 당선 되었는데, 남경필 당선자도 3.8%포인트의 표차로 간신히 이겼다. 이들 모두 부친의 후광을 갖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겠지만, 남 당선자의 부친인 남평우 의원 역시 수원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기업인이었다. 남 당선자가 정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부친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이들 간의 공통점은 딱 이 정도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참으로 다르다. 박 대통령은 마치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처럼,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그의 인사는 부실하다는 표현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로 엉망이다. 그 극적인 사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다. 사실 더 문제되는 부분은 교육부장관이다. 김명수 내정자는 극보수 성향의 인물로 진보교육정책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일부 교육정책까지도 반대해왔다. 교육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 내정자의 생각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13명의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마당에 그들과 전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분을 교육부 장관에 내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점이다. 대립과 갈등을 충돌질하는 것이다.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비해 남경필 당선자는 야당과의 작은 연정(聯政)을 추진하고 있다. 선거기간 중에 약속했던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만들어 야당에 추천해달라고 했다. 동수의 여야 인사가 참여하는 연정협상단도 꾸려지고 있다. 아직 출발단계이기 때문에 얼마나 실질적인 결과를 이루어낼지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언급했듯이 “협치와 소통, 국민통합”을 중시하는 생각과 시도만으로도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인선위원장으로 야당 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모신 것도 통합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도 이러한 상호인정과 협력에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이 ‘복수의 주권’(plural sovereignty)이라면, 이들 복수의 주권자(시민)들간의 상호인정과 협력이야말로 민주주의 정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문제상황도 바로 이러한 복수의 주체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이해의 다원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다원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능력에 따라 민주주의 미래가 달려 있다. 민주주의가 정치의 근대적 형식이라면, 우리의 정치 역시 민주주의 정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려는’(living together) 마음 없이 정치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남경필의 연정실험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한국정치를 이념과잉과 배타적 적대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공존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현실성이 없는 일이라 애써 무시하지만, 한국정치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도 이러한 자세를 닮아야 한다. 공존의 방향이 우에서 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다수가 소수를 향해 공존을 지향할 때, 우리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다. 남경필의 연정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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