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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사각지대 누비는 ‘희망馬차’
[헤럴드경제=한영훈 기자]“비닐하우스에 살던 일 년 전 만해도 매일 돌산을 20분 넘게 걸어 내려와 등교하면서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생활도, 생각도 많이 달라졌어요. 이번 주말에는 태어나 처음 말을 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요.”

화장실도 없는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했던 은지(12ㆍ가명)는 그야말로 참담한 환경 속에 살았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아버지와 젖먹이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은지를 돌보았던 할머니는 심각한 허리 통증을 앓았지만 치료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은지의 사연이 알려지고, 대한적십자사의 위기 가정 지원 사업의 수혜자가 되면서 은지의 삶은 변했다. 은지는 이제 경기 의왕시의 한 빌라에서 대학생 자원봉사 언니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고, 매달 생필품과 함께 할머니 치료비와 장학금을 지원 받고 있다.

은지처럼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취약 계층을 지원해온 대한적십자사의 위기 가정 결연 지원 사업이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기부계의 ‘큰 손’ 한국마사회 ‘렛츠런재단’이 7억 5천만원을 지원해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 이름하야 ‘희망馬차 달리기 사업’이다. ‘희망馬차’는 ‘우리 사회 그늘지고 외진 곳 어디든 달려가 희망을 선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희망馬차 달리기 사업’로 의기투합한 ‘렛츠런재단’과 대한적십자사는 4대 취약계층(농어촌 아동, 노인, 다문화, 북한 이탈주민)에서 약 25,000세대를 선정해 기초생활물품을 제공하고, 매주 1회 이상 자원봉사자를 통해 보살핌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쌀, 라면, 비누 등 생활물품은 적십자사에게 운영하고 있는 ‘희망풍차 온라인 쇼핑몰’ 판매물품을 대상으로 결연가구 수요에 맞춰 전달된다. 특히 긴급한 위기에 처한 결연 가구에는 단순 생활지원을 넘어서 생계, 주거, 교육, 의료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서비스가 투입된다.

오는 15일 렛츠런파크 서울 내 가족공원에서 열리는 기부금 전달식에는 양 기관의 수장인 현명관 한국마사회장과 대한적십자사 유중근 총재 외에 특별한 손님들이 함께한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는 은지를 포함해 취약계층 어린이와 보호자 40명이 초대된 것. 한국마사회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나들이조차 쉽지 않았던 이들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3시간에 걸쳐 승마체험, 미니호스 점프쇼, 삐에로 공연, 팝콘·솜사탕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별 제작된 ‘희망馬차’에 지원물품을 싣고, 실제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달리며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한 ‘렛츠런재단’은 연간 2500억 원대 대규모 사회공헌사업을 집행해온 한국마사회가 사회공헌사업의 질적인 도약을 위해 지난 3월 야심차게 출자 설립한 사회공헌재단이다. ‘렛츠런재단’의 김상진 사무총장은 “사회 다변화에 따라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송파구 세모녀 사건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시민사회와 같이 정부 복지의 빈틈을 메워줄 다양한 사회 주체 간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희망馬차 달리기 사업’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면서 “‘렛츠런재단’은 앞으로도 사회적 관심이 높은 교육, 고용, 복지 영역에서 국민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glfh20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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