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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브라질 축구이야기
#1960년대 후반 자이르(콩고)는 내전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따금 총성이 멎었다. 바로 브라질이 낳은 축구황제 펠레가 경기하는 날이었다. 이날만큼은 반군도 정부군도 TV앞에 모여들의 같은 핏줄의 현란한 개인기를 만끽했다.

#1994년 5월 5일, 당시 브라질의 축구영웅 호마리우(現정치인)의 아버지가 개인사로 납치를 당했고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2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하던 호마리우가 소식을 듣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아버지를 돌려주지 않으면 월드컵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때마침 미국 월드컵 개막 직전으로, 호마리우는 브라질대표팀 간판공격수였다. 날벼락에 브라질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치안 당국은 물론이고 유명 갱단과 동네 폭력배들까지 호마리우 돕기에 나섰고 일이 커지자 납치범들은 두 손 들었다. 결국 이끈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승부차기로 누르고 우승컵을 안았다. 호마리우는 MVP와 FIFA선수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누렸다.

브라질 국기

#2004년 브라질의 또 하나 축구천재 호나우두를 위시해 최강멤버로 구성된 브라질팀은 내전 중이던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로 달려가 무장해제를 이끌기 위한 친선경기를 가졌다. 현장은 화약고나 다름없었지만 브라질대표팀은 이를 마다않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었습니다. 13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무려 한달동안 지구촌이 월드컵으로 들썩일 겁니다. 월드컵 개막에 앞서 브라질 축구의 면모를 3가지 사례로 조명해 보았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축구를 ‘화평(和平)을 부르는 마술’이라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브라질은 명실 공히 축구의 나라입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밥 먹는 것도 잊고 공만 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로 울고 축구로 웃는 나라입니다. 그러기에 축구는 곧 브라질 국민들의 생활이자 생명인 것입니다. 아마축구에서도 승부 과열로 선수와 심판, 심판과 관중 사이에 참극이 벌어질 정도니까 말이죠. 

아마존 강

그렇다고 무질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질서에도 엄연히 질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브라질 국기에 포르투갈어로 국시(國是) ‘질서와 전진(ORDEM E PROGRESSO)’이 선명한 이유입니다. 때문에 국민정서엔 화합의 정신이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또 하나를 꼽는다면 아마조니아입니다. 세계 최대의 강인 아마존 강을 중심으로 한 열대 우림을 말합니다. 이 열대 우림은 지구에 필요한 산소의 4분의 1을 공급하고 지구의 허파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지구촌이 온난화 가속으로 몸살을 앓는 것도 몹쓸 인간들이 아마조니아를 헤집고 까뭉갠 때문입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축구를 아마존의 영험으로 여깁니다. 1000여개의 물주기가 만나 큰 물길을 이루는 아마존, 여기에도 화합이 녹여져 있습니다. 다량의 진흙이 함유되어 황토색을 띠는 슬리몽에드강과 유기물이 분해된 콜로이드를 함유하여 간장처럼 맑은 검은색의 네그루강. 이 두 강줄기는 서로의 온도차로 섞이지 않은 채 12km를 함께 흘러가다 결국 하나가 돼 바다를 이룹니다. 그들은 서로 달라도 배척하지 않고 그 것을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아마존에서 배우는 겁니다.

아마존 사람들

브라질 정치에는 이런 통합의 리더십이 녹여져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카르도주 대통령은 반대성향의 노동자 출신 룰라 대통령이 당선되지 넓은 아량과 관대한 모습으로 정권이양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이에 보답으로 룰라 역시 보복정치보다는 전임자의 정책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분배까지 성공하는 정치적 화합을 이뤄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소통의 리더십말입니다.

지우마 호세프 여성 대통령 역시 그렇습니다. 2011년 집권한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오는 11월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입니다.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부정부패 척결과 공공 서비스 개선,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을 수놓지만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씁니다. 특히 호세프는 난국 타개를 위해 39개 각료직을 10개 정당에 배분한다는 소식입니다. 80년대 중반 군사독재가 끝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연립정권을 손상 없이 이어가겠다는 자세가 돋보입니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16~21일)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동참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으로부터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랍니다. 모처럼 야당다운 자세를 봅니다. 지금까지 번번이 청와대의 동참 요청을 거절해 온 야당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내친김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이 파격적으로 나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야 대통령의 변신도 파격적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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