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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김상복> 이제 ‘질문사회’ 가 필요하다
참사 · 선거 이후 책임 회피 난무
생각기능 퇴화된 좀비로의 전락
미디어 기술 발달이 역기능 초래
‘질문’ 으로 국민정체성 되찾아야



‘피로사회’(한병철 저)라는 책이 나름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골목길을 제시한 후 많은 책들이 ‘○○사회’라는 제목을 붙이는 유행이 오래됐다. 물론 가까운 효시는 ‘위험사회’(올리히 벡)이다. 피로사회와 투명사회가 관심을 끌게 된 이후 분노사회, 탈성장사회, 단속사회, 잉여사회, 허기사회, 감시사회 등 책제목이 다채롭게 계속 이어질 기세다. 이런 도서명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갈증이 높은 탓이고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고 싶은 것이 ‘질문사회’다.

참사 국면은 아직도 지속되는 가운데 선거는 끝났다. 비통한 긴 터널 속 어둠에서 나와 드러난 선거 결과를 본다. 승리도 패배도 없지만 뚜렷하고 다양한 현상만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지역주의 극복의 희망을 보았다’는 글(헤럴드경제 6월5일자 데스크칼럼)인데 맞는 현상을 짚었다.

그렇다면 이제 집단 슬픔에서 벗어나 생활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평범한 ‘국민’은 어떻게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가? 선거로 의견을 표시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면 되는가? 우리가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이제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는 표로 이미 얘기했으니 그 해석은 ‘전문’ 지식인들과 ‘전문’ 정치가, 그리고 ‘이름’있는 팟 케스트 진행자들의 몫인가? 일터에서, 가정에서, 동네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SNS 안에서 그냥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의 사슬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는 질문하게 하는 사회, 질문해야만하는 사회 안에 있다. 너무도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타인을 향해 묻지않고 이리 저리 몰려다니거나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 상이 있다. 서로보고 고무되며 소리 높이는 무리들을 우리는 영화세계에서 많이 본다. 좀비(zombie)로 형상화된 인간의 한 단면이 그들이다.

악의 평범성과 완고함을 이야기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이렇게 문제제기했다. 유대인 대량학살의 실행 집행자 중 한 명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하며 남긴 글이다.

아이히만, 그는 타자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다. 우리 안에는 또다른 아이히만이 존재하는 걸까? 미디어 기술이 우리를 점점 더 일차원적으로 심지어 전체주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더욱 더 평범하게, 획일적으로 그리고 ‘생각’없이 만든다.

참사 터널을 나오며 분명히 알아차린 것 중 하나는 이제는 ‘생각’하며 바라봐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하다. 눈부신 하늘을 보며 외치는 속마음은 이제는 정말 ‘질문’ 없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을 수는 결코 없다’는 점이다. 이 말은 세월호 침몰 순간 생성됐지만 그 메아리가 깊어지고 다양한 의미로 변조됐다.

어찌보면 이 ‘명령’은 오래 전부터 우리 신체 내부에 박혀 들어와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긍정하지 못할 정도로 부정하고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말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질문을 잃어버리면 작은 톱니바퀴가 돼 따라돌다가 생각없이 사는 ‘아이히만’으로 가라앉게 되고 끝내는 좀비가 되는 길 뿐이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이런 행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생각하는 기능이 퇴화된 좀비로의 전락을 뿌리치고, 그냥 불리는 대로 ‘국민’의 한 사람, ‘시민’의 한 사람이 아닌 목소리를 내고 이름을 갖는 아무개로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질문’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질문사회’는 미디어 생산자가 주는 정보 밥만 먹으며 말라가는 ‘질문’ 없는 사회가 아니다. 질문을 마주보고 던지며 ‘생각’을 시작하고 ‘타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견해’를 갖고 ‘행동’으로 허물을 벗으면서 서로 연대하는 사회다. 이제 ‘질문사회’가 필요하다.

김상복 한국코치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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