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말로만 공인인증서 폐지, “외국인에게 ‘천송이코트’는 그림일 뿐”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 1호로 추진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지만, 폐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이 대체보안수단 미비를 이유로 공인인증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안으로 대체 인증수단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연말까지 외국인에게 ‘천송이코트’는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그림일 뿐이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을 바꿔 지난달 20일부터 30만원 이상 카드 결제 시 요구됐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외국인들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 ‘천송이코트’로 대변되는 한류상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데 대한 후속조치였다.

그러나 대부분 온라인쇼핑몰에서 30만원 이상 카드결제 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대형 온라인몰은 물론 소셜커머스ㆍ 소규모 온라인몰도 마찬가지다.

온라인몰의 공인인증서 사용여부를 결정하는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들은 공인인증서 사용을 고수 중이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할만한 기술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도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보안 또는 인증수단을 마련할 때까지 공인인증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대체인증수단과 시행 시기를 결정한 카드사는 없다. 업계 1위 신한카드 측은 “아직 내부적으로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언제부터 시행할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한가지가 아닌 ‘투트랙’ 인증방식으로 한다는 점만 정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도 “우리를 포함해 업계에서 대체인증수단을 확정한 곳은 전무하다”면서 “공인인증서보다 더 나은 기술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체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내 몇몇 결제인증 개발업체들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인증수단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사와 PG들은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선 공인인증서를 고수하는 게 유리하다”면서 “공인인증서는 정부가 안전성을 공인해 준 것이어서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선택한 보안시스템에 의해 사고가 나면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뒤 “괜히 바꿔 무거운 책임감을 갖기보다 공인인증서를 더 유지하고 싶은 게 현재 카드사들 속내”라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은 시간적 여유를 갖자는 입장이다. 당초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가 공인인증서라는 한가지 보안수단을 강요한 나머지 금융사의 보안역량을 약화시켰다는 판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금융사 스스로 연구해 보안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무겁게 지도록 하겠다는 게 취지인 만큼 대체인증수단 결정 지연이 큰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 관계자는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가 당초 법 개정의 취지였기 때문에 대체인증수단 결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아니다”면서 “공인인증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큰 만큼 업계도 공인인증서를 계속 고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대체인증수단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와 PG들이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운영 중인 인터넷 상거래 인증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연말에나 공청회를 열어 온라인 인증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까지 일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카드사들이 가이드라인에 맞는 대체인증수단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