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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홍길용> 현대 · 기아차 성공은 전폭적인 국민성원 덕
“한 번 사는 인생, 평생 현대ㆍ기아차만 타시렵니까?”

15년 가까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해 온 현대ㆍ기아차가 요즘 가장 듣기 거북한 말이다. 10년 전만해도 적수가 안되던 수입차가 요즘 국내 시장에서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며 기세등등하다. 수입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국산차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도 이제는 옛말이다. BMW5시리즈는 ‘강남 쏘나타’에서 ‘강북 쏘나타’로 바뀌었고, 벤츠 E클래스가 새로운 ‘서울 쏘나타’ 반열에 올랐다. 지방에서도 중형 독일차 판매가 급상승 중이다. 조만간 ‘부산 쏘나타’, ‘광주 쏘나타’가 될 듯 하다.

사실 ‘쏘나타’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현대차는 쏘나타로 돈을 벌었다. 싼타페도 그랜저도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이 때문에 쏘나타는 많이 팔린 차의 대명사가 됐고, 수입차 별칭 속 의미도 ‘왠만하면 아무나 타는 차’다.

아무나 타는, 즉 소비층이 두터운 차이다 보니 신형 LF쏘나타가 최근 국내 월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게다가 LF쏘나타는 현대ㆍ기아차가 최근 내놓은 신차 가운데 가장 저렴해 독일산 중형디젤차와 직접 경쟁하지도 않는다.

그랜저, 제네시스, K9 등 최근 몇 년간의 야심작들은 독일산 중형차를 겨냥한 모델이다. 가격도 최소 400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고급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연비,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무장한 독일산 중형디젤차에 판정패를 했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ㆍ기아차가 디젤승용차 시대를 연 환경규제를 이끌어냈고, 수입차 가격을 떨어뜨린 자유무역협정(FTA)도 열렬히 지지했던 것은 아이러니(irony)다.

6000만~7000만원대 독일 중형차가 최대 3000만원대인 ‘쏘나타’가 되자, 8000~9000만원대의 독일 SUV에는 최대 4000만원 가량인 ‘싼타페’에 비유되기 시작했다. 없어서 못파는 포르셰 카이엔과 막칸은 ‘강남 싼타페’로 통한다.

수입차 열풍은 이제 에쿠우스가 호령하던 ‘CEO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벤츠 S클래스가 날개 돗힌 듯 팔리고, 내년에는 BMW 7시리즈 신형모델까지 가세한다. 글로벌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한 현대ㆍ기아차의 발전은 눈부시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가파른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산차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국민들이 있다. 고급차종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시장에서의 수익성이 해외보다 높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세금제도 차이 탓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한눈에 보기에는 현대ㆍ기아차의 해외판매 가격과 국내판매 가격차이가 크다.

미국이나 일본차와 비교하면 현대ㆍ기아차의 품질이나 디자인, 성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낫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해외 악재로 휘청이던 도요타가 재기할 수 있던 이유는 일본차에 대한 자국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다. 해외시장에서의 견제 위험은 상존한다. 그만큼 현대ㆍ기아차가 안방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잊지 않길 바란다.

홍길용 재계팀장/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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