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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지역주의 극복, 희망을 보았다
지역주의의 벽은 역시 높았다. 이번에는 깨질까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깨지지 않았다. 철옹성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영남은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싹쓸이했다. ‘이변의 장(場)’이 될까 이목이 쏠렸던 부산과 대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의 정치 텃밭인 대구에서 시장후보로 나섰던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는 ‘대구의 아들’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에 초반부터 밀려 한번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무소속 오거돈 후보도 태풍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친박계 대표주자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 열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6ㆍ4 지방선거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변’은 없었지만 ‘조짐’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 후보는 40.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고,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이만한 득표율을 보인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4명의 야권 후보가 대구에 출마했지만 이들이 거둔 득표율은 29.8%에 그쳤다. 2010년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김범일 후보는 72.9%의 득표율을 기록해 야권 후보의 총 득표율인 27.0%를 압도했었다.

물론 김 후보는 2012년 총선 때도 대구 수성구에서 40.4%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득표율과 광역단체장 선거 득표율은 의미가 다르다. 대구의 그 어떤 지역구에서도 40% 득표율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보수의 고향 대구에서 보여줬던 김 후보의 선전은 ‘인물이 출중하면 어디서든 지역색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 정치사의오랜 병패인 지역주의를 깨트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거돈 부산 시장 후보의 활약도 이에 못지 않다. 오 후보는 49.34%의 득표율을 거둬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 불과 1.31% 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석패했다. 그가 부산에서 거둔 득표율은 ‘비(非) 새누리당’(한나라당·신한국당 포함) 후보로서는 역대 최고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김정길 후보의 기록 44.6%을 갈아치운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39.9%,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9%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부산 민심의 변화를 지켜보면 부산이 새누리당의 아성일 것이란 기대는 오산이다. 사실 부산 표심의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감지됐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거둔 득표율은 34.1%였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45%에 육박했다. 부산 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득표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부산에는 이미 문재인, 조경태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2명이나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아직 지역주의를 극복할 순 없지만 지역색이 옅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부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일부 구태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아울러 총선이 됐든, 대선이 됐든, 4년 뒤 지방선거가 됐든 지역주의가 극복되는 사례가 꼭 한번쯤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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