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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社會的) 스트레스’
세월호 참사 후 안전불안증 빠져
심리치료 등 개개인 노력 한계
근본적 불안문제 해결이 관건
국민행복 추구위해 국가 나서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희생자 가족과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프로그램 진행소식도 들었다.

사실상 대형 재난이나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겪는 스트레스 장애는 죽음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소음, 악취, 더위, 추위와 같은 생리적 스트레스, 둘째는 비관적인 생각, 완벽주의, 열등감, 질투심과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 셋째는 실직, 부상, 빈곤, 재해, 전쟁과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겪지만 반응은 각기 다르다.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도록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정서적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정신적인 치유력 증진을 통해 스트레스 장애로부터 탈출하게 도와주는 대처법을 ‘심리학적 대응’(psychological coping)이라고 하며, 심리상담 등 정신과 영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스트레스라고 다 같은 스트레스가 아니며, 사회문제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는 ‘심리학적 대응’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스트레스 상황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접근법을 ‘사회적 대응’(social coping)이라고 부른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에는 어떤 대응이 효과적일까. 대체로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적 대응을 중요시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제공해야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심리학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대응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불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심리학적 대응의 효과가 얼마 안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는 스트레스 유발요인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다. ‘심리학적 세계’는 개개인의 노력과 전문가의 도움으로 바꿀 수 있지만 ‘사회적 세계’는 국가와 사회의 개입없이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견해다.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의 가족들에게는 개인적 비극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적 스트레스다. 따라서 국가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어나더라도 최소한으로 일어나도록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은 정부정책의 몫이다. 실업, 주택난, 인플레이션 등 경제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경제정책의 몫이고, 범죄와 각종 사고의 불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사회정책의 몫이다. 전쟁의 위협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국방정책의 몫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이 국가를 불신하고 원망하는 ‘막장 사회’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이렇듯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바야흐로 전 국민이 안전불안증이라는 사회적 스트레스의 늪에 빠져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계속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국민행복을 추구하는 정부라면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스트레스의 ‘종결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문창진 차의과대학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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