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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신소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KB
5시간의 마라톤 회의도 소용없었다. 갈등을 봉합하려고 모였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고성이 오가며 서로 마음만 상했다. 욕설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해결은 커녕 공을 금융당국으로 미뤘다.

소위 ‘리딩 뱅크(Leading Bank)’라 자부하던 국민은행이 지난달 30일 개최했던 이사회 내용이다.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행내 갈등을 해결하려고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갈등 봉합에 실패했다. 금융당국의 특별검사가 끝날 때까지 시스템 교체를 잠정 보류하자는 무책임한 결론으로 끝났다. 당국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문제의 향방이 결정되게됐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이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국민은행은 당국의 검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자신의 손발을 스스로 묶어버린 셈이다.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데 13개월 이상 걸려 당장 관련 업체를 선정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이를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경영진이 나서 올 스톱시킨 꼴이 됐다. 따라서 내년 7월 IBM과 계약이 종료되면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는 만큼 IBM에 유리한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최대의 수혜자로 IBM이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산시스템 뿐 아니라 다른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 결정도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 갈등의 골이 깊은데, 이사회에서의 의사결정이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이기때문이다. LIG손해보험 인수 계획 등 여러 굵직한 경영현안이 산적해있는데도 말이다.

그간 국민은행은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수 개월 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사고 은행’ 혹은 ‘비리 은행’이라는 오명을 벗으려고 인사제도까지 뜯어고치며 내부 혁신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제 겨우 정상화되나 싶더니 이번에는 경영진 쪽에서 문제가 터졌다. 이사회를 포함한 KB 경영진은 자존심이나 법적 책임을 의식하기에 앞서 조직도 생각해야 한다. KB야말로 ‘일상으로’ 돌아가 비상경영이 아닌 정상경영을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신소연 금융투자부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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