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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대통령님, 언제까지 탐정을 영화에서만 봐야 합니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우리사회의 적폐에 놀란 국민들은 유병언 일가의 도피행각에 검찰과 경찰이 닭 쫒듯 헤매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가슴을 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허우적거리는 듯 한 형국이다. 본래 정형화된 공권력은 행동체계와 정보 활동상 상대로부터 거부나 기피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민간과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민정을 생생히 듣고 보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때문에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스스로 극복치 못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한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12월 경찰 5천명을 투입하고도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실패한 사례나 작금의 유병언 일가 검거에서 보여주고 있는 산만한 정보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강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국가적 쟁점이나 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 국가기관 스스로가 사립탐정에게 수배자의 소재 탐지나 특정정보의 수집을 의뢰하기도 한다. 이는 민정(民情)이나 수사기관의 활동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일 뿐만 아니라, 민간(탐정)의 전문성과 문제의식이 결코 공조직에 뒤지지 않음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그 결과는 난국타개에 크게 기여해온바 대표적인 몇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번 기회에 탐정을 활용한 사람들의 지혜와 탐정의 유용성을 함께 절감하는 계기로 삼아 보고자 한다.

1700년대 영국은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지속된 가운데 치안대처능력 부족이 큰 문제로 제기되자 만연해 있던 기존 보안관의 무능과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한시적인 치안판사직을 신설하였는데, 1748년 런던 보스트리트의 치안판사로 임명된 H.필딩 법관은 유능한 사립탐정을 선발하여 세계 최초의 공립탐정기관으로 평가되는 '보스트리트러너'라는 소수의 정예 탐정조직을 만들어 보안관과 관련된 각종 범죄의 정보 및 증거를 수집케 특명 함으로서 공직 적폐(積弊)해소와 민생안정에 크게 기여한 역사가 있다. 이후 '보스트리트러너'는 뛰어난 정보력을 평가받아 1829년 내무부장관 로보트 필이 창설한 스코틀랜드야드(런던경찰국)의 치안조직으로 흡수되는 명예를 얻기도 하였다. 
 
1966년부터 1986년까지 21년 동안 필리핀을 통치해오는 동안 부패와 민주정치에 대한 탄압으로 국민의 저항을 받다 권좌에서 쫓겨난 마르코스 대통령이 스위스 은행에 숨겨 두었던 16조원 규모의 비자금도 오랜 기간의 관찰과 분석 끝에 스위스 금융계로 몰려드는 은밀한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던 호주의 한 사립탐정이 필리핀 정부의 의뢰로 입수한 정보가 단서가 되어 세상에 알려졌다는 공지의 일화는 탐정의 면밀함을 세계에 입증한 일이다. 또한 1998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여비서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도 기존 검ㆍ경 시스템이 아닌 사립탐정에게 증거 수집을 의뢰하여 얻은 결정적 단서로 클린턴에 대한 탄핵 소추에 활용했다는 얘기는 탐정의 역량이 경우에 따라 수사기관을 능가하거나 더 객관적일 수도 있음을 대변해 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이외에도 탐정의 두드러진 공적(公的) 기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시회의 총체적 부실과 허점을 보면서 조선시대에 임금의 특명을 받아 지방 관리와 토호세력의 유착이나 백성의 질고(疾苦)를 비밀리에 탐문하고 관찰하여 임금에게 작보함으로서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를 가차 없이 징벌케 한 암행어사제도나 세계적 명탐정을 새삼 그리워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현재에도 다양한 감사, 감찰, 수사, 정보기관이 존재하면서 제각기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복잡ㆍ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공식적인 시스템만으로 적폐(積弊)된 문제점을 직감하거나 범죄자를 추적해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4월의 참사와 유병언 일가의 도피를 통해 우리는 통감하고 있다. 난국타개에 사립탐정까지 활용하여 민정(民情)과 수사기능을 보완해온 선진 외국의 간절함과 유연함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여길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민간조사원(사립탐정)이 직업인으로 공인되어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에 널리 활용됨은 물론, 국가기관의 민정(民情) 수렴활동에도 일익(一翼)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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