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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 이종덕> 다시 듣고 싶은 ‘붉은 함성’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다음달 13일 개막을 하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18일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재직때 목도했던 2002년 한ㆍ일월드컵 거리응원이 생각난다.

2002년은 월드컵의 해였고, 그 해 6월은 온 나라가 축구의 붉은 열기에 휩싸여 있던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기였다. 당시,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서 광화문을 거리응원의 1번지로 만들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경기장을 가지 못한 붉은악마들이 광화문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의 응원과 결집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월드컵 개막식을 앞둔 2002년 5월 21일, 제주도에서 펼쳐진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응원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 특설무대와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국민 응원가가 된 ‘오 필승 코리아’의 윤도현 밴드, 가수 이은미 등이 출연하는 거리 응원전을 진행했다. 2000여 명을 예상한 거리 응원에 무려 1만여 명의 붉은악마 응원단이 몰려왔다.

이후, 월드컵 기간 동안 광화문은 온통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붉은악마는 물론이고, 시민들까지 한 데 어울려 경기장을 방불케하는 거리응원이 연일 이어졌다.

광화문은 ‘축구 응원 1번지’로 떠오르고, 거리응원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조별예선이 치열해지고 있을 즈음, 미국과의 조별예선 2차전을 앞두고 한창 달아오르는 세종문화회관 거리응원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대사관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의 거리응원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온 것이다. 만약, 이 경기에서 한국이 패할 경우, “분노한 응원단 가운데 일부가 미국대사관 쪽에 시위성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고심 끝에, 필자는 서울시 월드컵 기획 담당관과 서울시 관계자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미국과의 조별예선 2차전 경기에는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태평로 거리에는 ‘모두 서울광장으로 가서 거리응원을 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20여 개 정도 내걸렸다. 거리응원의 중심이 광화문 일대에서 서울광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2002한ㆍ일월드컵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거리응원도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서울광장의 거리응원 인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00만 명 가까이 되는 시민들이 열기에 동참했다.

2002년의 뜨거웠던 거리응원은 잊혀져가지만, 그때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던 우리 국민의 열정은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는 거리응원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성취감을 맛보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우리 국민의 응집력을 배웠다.

올해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의 거리응원 진행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ㆍ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곳이 과거 월드컵 거리응원이 열렸던 장소와 겹친다. 월드컵 개막 20여 일을 앞두고도 거리응원 개최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다. 월드컵 거리응원 개최여부를 떠나 필자는 다시 맛보고 싶다. 하나되는 국민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뜨거움을, 그리고 그 기적을.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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