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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자치’는 뒷전으로…중앙黨 예하조직으로 전락하고…
지방 토호세력과 결탁 되풀이하는 비리 보궐선거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여름철이면 관광객들로 붐비는 동해시는 지난해 8월부터 분위기가 싸늘하다. 동해시 김학기(67) 시장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김 시장의 친형인 김인기(74) 씨 역시 동해시 민선 1, 2대 동해시장을 역임했지만 재임기간 중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0년 구속돼 복역한 바 있다.

동해시의 한 시민은 “시장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돼 다른 지방에 사는 친척들을 만날 때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전남 광주시를 끼고 있는 화순군의 상황도 비슷하다. 화순군의 경우 2002년 이후 5명의 단체장 가운데 4명이 사법처리됐다.

치즈로 유명한 곳이지만 ‘군수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임실군도 민선 1~4기 군수 3명(재선포함)이 모두 구속된 바 있다. 민선 5기인 강완묵 전 군수 역시 지난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상실했다.

주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는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군수직이라는 완장을 얻기만 하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주민을 위한 행정은 뒷전으로 밀어 놓기 때문이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범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선거사범은 2010년 5회 지방선거 때 보다도 25% 이상 늘어났다. 흑색선전 사범도 3배 이상 증가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입건 기준 선거사범은 1197명에 달한다. 이중 21명을 구속했고, 170명은 기소됐다.

이렇게 선거가 혼탁한 이유는 간단하다. 주민자치의 기본 취지가 퇴색되고, 완장만을 노린 지방 세력들이 대거 지방자치단체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중앙당 역시 지자체장 선거를 총선, 대선을 위한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주민자치를 위한 능력있는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지자체장 후보들은 중앙당에 예속돼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장, 군수 등은 주민자치는 뒷전으로 밀어 놓은 채 한 손으로 중앙당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방 토호세력과 결탁해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장 선거에서는 돈을 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십년 전에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 올해도재연되고 있다. 일례로 2008년 청도군수 보궐선거 당시 모 후보 측은 무차별적인 금품 살포로 50여명이 구속되고, 1470명이 사법처리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돈을 뿌려 선거에 당선된 뒤 지방 토호세력의 각종 인허가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뒷돈을 챙기는 지자체장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 전국 지자체 중 지자체장 선거를 4년에 2~3차례씩 치러야 하는 지역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선거 한 번 치를 때 큰 홍역을 경험해야 하는 지역민들은 선거 자체에 대한 노이로제까지 걸릴 지경이다.

지자체 예산을 마치 제 돈인 양 펑펑 써서 새로운 지자체장이 올 때 곳간을 비워두는 경우도 많다. 자체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예산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선심성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물론 당선된 후에는 모로쇠로 일관하거나 잘못된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서 시장을 역임했던 장(64)모 씨는 “선거에 당선돼 시장이 되고 나니 전 시장이 예산을 다 소진해 처음 한 두 해는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과의 연결 고리를 끊고 오로지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도 지자체장 선거에 좀더 관심을 갖고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이들의 이력이 무엇인지 꼼꼼히 챙겨봐야한다”고 지적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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