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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도도새’를 아시나요?
박근혜 대통령의 색다른 주문이 27일 화제입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공공기관 개혁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도도새 법칙’을 강조한 겁니다. 주요 공공기관장 125명이 참석한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주재한 자리였습니다.

먼저, 도도새가 어떤 새인가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 서식했던 새입니다. 날개가 퇴화해 날 수 없어 결국 멸종한 새입니다. 천적이 없어 생명에 지장도 없을뿐더러 먹이까지 풍부해 쉽게 먹이를 구하다보니 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그 지상낙원에 포르투갈인들이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낭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선원들이 다가와도 도망가지 않고, 아니 도망가는 법을 모른 체 어슬렁거려 ‘멍청이’ ‘바보’라는 별명을 얻습니다. 포르투갈어로 도도가 바로 그런 뜻입니다. 

멸종돼 골격으로 남은 도도새 형상

때문에 의식주가 넉넉지 않았던 당시 개척자들은 50파운드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도도새로 포식의 나날을 보냈고, 섬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져 천적인 포유류까지 공존하게 되면서 개체 수는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자료에 의하면 모리셔스에 인간이 발을 들여 놓은 지 100년만인 1681년에 마지막 도도새가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결국 도도새에 대한 이야기는 생생하게 기록돼 있지만 정작 그 표본은 남아있지 않다가 훗날 몸체 몇 부분과 스케치로 그 형상<사진>이 전해져 내려올 뿐입니다.

이런 도도새를 공직사회에 빗댄 박 대통령입니다. 현실에 안주하다 멸종된 도도새를 말입니다. 시사 하는바가 매우 큽니다. 전에 없던 일입니다. 대통령인들 우리 공직자들이 도도새가 돼 사라지길 원하겠습니까.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현실에 안주하다 날지 못하고 멸종한 도도새 스케치 표본

유사한 케이스를 하다 더 보탠다면 기자는 마야문명을 말하려 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기원전 중앙아메리카 중심으로 수학과 천문학을 근거로 한 건축기술 등으로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운 그 마야 말입니다. 태평성대를 누리던 마야족은 문명과 함께 AD900년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왜 일까요? 마야야 말로 기원전 도도새였던 겁니다.

박 대통령의 입장으로 잠시 돌아가 봅니다. 그 자리에서 먼저 공기업 방만 경영을 지적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공공기관 개혁을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 눈이 따갑지 않으냐”고까지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고비만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이번에는 흐지부지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우리 사회 잘못된 관행, 다시 말해 적폐(積弊)를 없애고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며 눈물로 단호함을 보였던 그 이상으로 분위기는 살벌했으리라 짐작됩니다. 물론 억울하고 야속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 역시 이 점 잘알고 있습니다.

기자의 삶의 터전인 언론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나 잘났다 소리칠 분야 두 눈 닦고 들여다봐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듯 우리 모두가 변화의 대상이고 개혁의 주체입니다.

그러나 마냥 죽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반대 얘기를 해 보죠. 바로 유대인입니다. 나라도 없이 2000년 동안 이곳저곳을 부랑자처럼 떠돌며 시련을 겪었지만 지금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민족입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혁신을 하고 환경의 변화보다 늘 한 발짝이라도 더 빠르게 적응하고 변신한 결과입니다.

별 수 없습니다.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공직사회가 들떠 일어나 보란 듯이 자기개혁을 해내고 이 땅에 새로운 역사를 새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도도새의 귀환’이고 ‘도도새의 역습’이 됩니다. 

불행한 도도새의 운명을 대신 이어가는 도도나무

아닌 게 아니라 도도새 이야기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도도새가 영영 사라졌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도새들이 멸종되는 과정에서 이 새들이 배설해 싹을 트고 숲을 이룬 나무들도 점차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깨달은 뜻있는 그 섬의 거주자들이 도도새와 비슷한 칠면조에게 그 나무 열매를 먹게 했고 다행히도 배설로 새로운 세대의 나무를 성장시키고 숲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나무 이름이 지금의 ‘도도나무’라고 하는 군요.

도도새의 역사는 이렇게 변화와 곡절 끝에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나라 바로 세우기’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개혁의 길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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