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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하우징] 손수 지은 ‘전통한옥’…이곳이 진짜 가족쉼터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상산현길(명달리).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어느새 길은 좁아진다. 산과 계곡을 따라 닦인 왕복 2차선 길이 익숙해질 찰나 도착한 이곳은 별천지였다. 그래서일까. 마을 이름도 ‘별빛’이다. 별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비탈 끝자락 소담스런 전통한옥 한 채가 기자를 맞았다. 이 집은 주인 신하철(52)씨 부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 마을 내 유일한 전통한옥, 자연에 녹아들다 = 신씨는 “우리 어렸을 적 시골에서 일상적으로 보던 작은 기와집을 마음 속에그리다보니 이렇게 만들어졌다”며 “마을 내 전통한옥은 이 집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축업자들이 한옥을 ‘흉내 낸’ 수준으로 기와만 얹은 호화 황토집과는 다르다는 것. 과연 그랬다. 신씨의 집을 보니 한옥 건축에 필요한 요소가 거의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 천장에 늘어선 서까래와 흙벽체는 집 자체가 ‘자연’임을 느끼게 했다. 단순히 기둥만 세우고 흙벽돌을 쌓은 게 아니었다.

자재도 전통한옥의 그것을 충실히 따랐다. 신씨는 “목재로 쓰인 육송은 강원도에서 가져왔다. 벽체의 적황토와 회벽 등에도 자연재료를 그대로 갖다썼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양평군에 전통한옥을 손수 짓고 사는 신하철(52)씨 부부

그렇다 보니 아파트에 살았다면 보통 일이 아닐 법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신씨의 부인 박향우씨는 “여름 어느 날 방문이 잘 안닫혔다. 처음엔 비전문가인 우리가 지어서 그런 줄 알았다. 알고보니 모두 원목으로 짜인 문들이 습기를 머금고 팽창한 게 원인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통한옥에 쓰이는 나무는 조직 내 세포의 수분함유량이 평균 30%선으로 유지된다. 날씨가 습해지면 그 비중이 다소 높아진다. 결국 신씨 집에 ‘살아 숨쉬는’ 원목이 사용됐단 증거다. 집이 곧 제습기가 되는 셈. 반대로 겨울엔 건조를 막아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옥에서 쓰는 구들로 훈기(燻氣)를 보충할 경우 이같은 기능은 수백년까지 유지된다. 이 뿐 아니다. 그는 집안 모든 벽체를 만들 때 숯으로 틀을 깐 뒤 적황토를 발랐다. 바닥도 같은 방법으로 만들고 장판을 깔았다.

신씨는 “집 안에 숯이 쓰여서인지 거실에서 고기를 구워도 기름때나 냄새가 배지 않아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 건강 되찾아준 집, “가족쉼터가 꿈” = 신씨 부부는 집만 ‘건강하게’ 짓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도 건강을 되찾았다. 신씨는 “처음 한옥짓기를 배울 땐 척추관협착증이 심해져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실기 위주로 진행된 수업은 그의 병이 사실상 다 나은 계기가 됐다. 신씨는 “일상적으로 허리를 움직여 대패질 등을 한 게 자연스런 ‘물리치료’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상 활동에 무리가 없다. 취미로 삼은 목공작업도 척척 해낸다. 이 집을 지을 때도 신씨는 공정 거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박씨도 “(한옥에서 살기 시작한 뒤)수면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새벽 5~6시에 상쾌한 상태에서 저절로 눈이 떠지는 건 서울 살 땐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옥을 짓기 전 소규모 자영업을 했다는 신씨 부부는 지금 부자가 아니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건강을 유지하는 그들의 삶은 남부러울 게 없어보였다.

부부는 “이 집을 자산으로 생각했다면 이렇게 공들여 손수 짓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능한대로 집을 오랫동안 유지해 가족의 진정한 쉼터로 만드는 게 소박한 꿈”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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