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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국왕 쿠데타 닷새만에 공식 추인…정부 수반엔 프라윳 육참총장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태국 국왕이 쿠데타가 발생한 지 닷새 만에 사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군부의 정국 통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 절대적 지지에 균열이 가고 있는 왕실이 영향력 유지를 위해 군부 쿠데타를 재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자신을 정부 수반으로서 공식 인정했다고 밝혔다. 22일 쿠데타를 선언한지 5일 만이다.

BBC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라윳 총장은 이날 오전 방콕 육군본부에서 국가평화질서회의(NCPO)의 의장으로 승인받는 공식 행사를 가졌다. 푸미폰 국왕은 참석하지 않았다.

쿠데타 선언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흰 제복을 입고 선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국가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것”이라면서 “갈등이 심화돼 폭력 위험성이 커지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프라윳 총장은 TV 방송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조속히 총선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국은 지난 2월 총선을 치렀지만 헌법재판소가 무효 결정을 내렸고, 7월에 재총선 일정이 잡혀있었다.

다만 총선이 치러질 날짜에 대해선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태국 군부는 22일 총리 권한을 접수한 데 이어, 24일엔 상원을 해산하는 등 사실상 행정ㆍ입법 권한을 모두 장악했다. 또 학자, 언론인 등 200여명을 소환하고 방송ㆍ라디오 14개 채널의 방송을 중지, 쿠데타 반대 여론 확산을 틀어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2일 군부에 소환된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25일에 풀려났다. 반정부 시위를 이끈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도 함께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프라윳 총장이 왕실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군부의 정국 통제에도 탄력이 붙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쿠데타 때는 바로 다음날 왕실의 승인을 받은 반면, 이번엔 쿠데타 선언 4일이 지나도록 왕실의 반응이 없어 정통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때문에 군부는 쿠데타 직후 푸미폰 국왕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승인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2006년 실각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푸미폰 국왕 대신 후계자인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의 편을 들어 왕실 긴장을 초래했다고 AP는 지적했다.

특히 올해 86세인 푸미폰 국왕의 건강이 최근 악화되면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쿠데타 직전인 18일부터 영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도피설이 확산하고 있다.

군부는 이번에 정치운동가와 언론인들을 소환하며 대부분에 ‘왕실 모독죄’(형법 112조)를 붙여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푸미폰 국왕으로서도 군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946년 즉위한 푸미폰 국왕은 최소 30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부유한 왕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금까지는 태국 국민들의 막대한 지지를 받아왔으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면서 왕실에 대한 불만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왕실 모독죄 때문에 비판적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동남아시아 정국에 정통한 언론인 앤드류 마셜은 “영국 등 다른 왕정과 달리 태국에선 왕실을 칭송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있다”면서 “그동안 사회 바닥에 머물러 있던 최하층민들이 이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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