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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례문 · 첨성대 · 독립문…상처입은 ‘자존심’ 언제 복구되려나
숭례문 단청 등 재시공 진단
연구개발에만 3~5년 걸려
완벽한 복원 2020년에나 가능

지반침하 첨성대 2년 뒤 제모습
독립문은 내년 돼야 보수 완료


대한민국 ‘자존심의 참사’로 기록될 숭례문, 첨성대, 독립문의 상처는 언제 치유돼 국민앞에 건강한 모습으로 우뚝 설까.

국보1호 숭례문 복원공사가 각종 비리에 연루됨에 따라 시작된 감사원 감사결과는 복원 6개월 만에 일부 재시공과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중요무형문화재인 단청장의 명성을 믿고 맡긴 단청복구가 공기에 맞추려다보니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했고, 화학접착제와 인화성 물질을 사용해 단청 박락(벗겨짐)이 심화됐다고 지적됐다. 방화로 ‘국보1호 전소’라는 참극을 맞았음에도 버젓이 불에 잘 붙는 물질을 사용한 것이다.

문화재청이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숭례문 촬영을 금지시킨 지난해 11월, 단청의 박락은 93곳이었는데, 6개월만에 공개된 단청을 들여다보니 무려 506개로 늘어났고 상태 역시 너덜너덜해졌다.

 
벗겨지고 갈라져 상처난 우리의 문화유산이 언제쯤 제 모습을 찾을지 궁금하다. 사진 위부터 첨성대, 독립문.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감사원으로부터 ‘단청의 경우 철저한 고증을 거쳐 합리적으로 재시공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전통 안료제조 기능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임을 확인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기술복원을 맡겼지만 연구개발에만 3~5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 내화성 있는 친환경 전통 아교기능 역시 단절된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단청 공사에 착수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앞으로도 오랜기간 단청을 방치하면서 훼손이 가속화돼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악화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부실공사의 결과는 7000만 겨레의 자존심에 기나긴 상처를 계속 입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일단 단청 이외에 지적을 받은 기와, 지반 부문에 대한 재보수공사를 선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반은 조선초기 원래 모습에 맞게 일부 토층을 더 깎아내는 등의 작업으로 단청 공사와는 별도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청과 한 몸이나 다름 없는 기와의 경우 단청 공사에 필요한 친환경 전통 안료, 내화성 아교의 연구개발이 끝난 뒤 단청 공사와 함께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화재 이전 규격의 기와로 교체하는 작업은 ‘제 때(번와기:飜瓦期)’에 해줘야 하므로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의 의견 청취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5년간의 부실 복원공사를 거친 숭례문은 지반, 철물 공사를 거쳐 전통 안료와 아교의 연구개발, 단청 제거, 기와교체 등 또다시 3년이상, 최대 6년가량 ‘아픈 상태’로 국민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완벽하게 건강한 숭례문을 2020년쯤에야 볼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재보수 방법론 검토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전통 안료와 아교 제조기술이 단절된 사실이 새로 확인된 점을 불행으로 여겨야할지 다행으로 봐야할지 갈등하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수리 대책은 전문가들과 의견을 조율해 금년 하반기까지 대책과 기간, 예산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 지적을 받은 첨성대와 독립문이 건강해지는 모습은 숭례문 보다는 다소 빠를 것 같다. 최근들어 ‘제2의 피사의 사탑’으로 거론되는 첨성대는 지반침하로 지난 1월 측정결과 북쪽으로 204㎜정도 매년 1㎜씩 기운 것(1.19도)으로 확인됐다. 상부 석재가 탈락되거나 추락할 위험이 있는데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봐도 약간의 기울임은 확실히 보인다.

문화재청은 “첨성대는 현재 근접 관람이 가능한데, 앞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철책 등으로 접근을 막고, 수평점을 찾아 안전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문화유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이탈리아 전문가 등을 통해 좀더 면밀한 측정을 하고 구조적 방법을 보강할 방침이며, 긴 생명력을 유지하도록 수리ㆍ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연 2회 실시하던 구조모니터링도 올해부터 4회로 늘릴 방침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정밀조사 관계전문가 자문등을 거쳐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보수 방식을 최종 확정하고 수리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첨성대 역시 향후 2년쯤 후에나 건강해질 전망이다.

독립문은 지난해 보존처리공사과정에서 서대문구가 자격이 없는 업체에 맡겨 녹물과 백화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미 실사를 마쳤기 때문에 재공사를 통해 지적사항을 해소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보수-재보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안타까움속에 그래도 올연말~내년초에는 제대로 된 면모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은혜 기자/gra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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