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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먼다큐> 문주현 회장 “산 밑에 길이 있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만나자 마자 환한 미소에 조금 높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손을 내민다. 반가운 눈빛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자리에 앉자 “와 줘서 고맙다”고 말을 시작한다. ‘사실 내 쪽에서 요청해 잡은 약속인데...’ 다시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곧바로 책상에 메모지를 꺼내 하나, 둘 적어가며 요즘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한다. 내가 묻고 싶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상대방 속을 들어갔다 나온 양 묻기도 전에 미리 준비해 간 질문 리스트의 절반 이상을 술술 풀어 놓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로 꼽히는 문주현 회장(58) 이야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KAIT타워(옛 토마토빌딩) 20층 MDM·한국자산신탁 회장 사무실에서 만난 문 회장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고객의 마음을 읽듯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작은 움직임까지 고려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데 친화력이 대단하다.

▶3대 부동산개발협회 회장 추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한다”= 문 회장은 올 3월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3대 회장에 추대됐다. 정춘보 신영 회장이 1,2대 회장을 지냈으므로 사실상 첫 ‘세대교체’다. 360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디벨로퍼 조직의 수장이 된데 대해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라고 했다.

봉사라고 하지만 문 회장의 포부는 크다. 업계에 체계적인 개발사업 노하우를 전파해 시공사나 금융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디벨로퍼가 부동산 사업 전체를 주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디벨로퍼가 뭉쳐야 합니다. 회원수를 현재 360개에서 500개 정도까지 늘릴 겁니다. 2000여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와 부동산개발업체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려구요.”


문 회장은 이를 위해 19일 협회에 업계 최초로 ‘인큐베이팅센터’를 열었다.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개발은 하고 싶은데 어찌할지 모르는 사람이나, 좋은 개발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실현할지 모르는 초보 개발업자에게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일정 수수료를 받지만 실패하면 아예 아무것도 받지 않아 진입장벽을 낮췄다.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초기 디벨로퍼가 협회가 많이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문회장의 생각이다.

문 회장은 아이디어가 넘쳤다. 협회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팔리지 않는 땅이나, 부천시 등 지자체의 유휴지 등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 차원에서 개발 가능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회원사간 공동으로 개발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 등 다양하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젠 누구나 인정하듯 아파트, 오피스텔 등 부동산 상품을 만들면 바로 팔리던 시대가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없으면 부동산 개발에서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디벨로퍼의 역할이 진짜 중요한 때가 온 겁니다.”

▶기본을 지키면 실패하지 않는다= 지금은 가장 성공한 디벨로퍼로 손꼽히는 문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건 IMF구제금융 위기로 최악의 침체기를 겪던 1998년이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부동산 개발 및 마케팅 업체인 MDM을 10평(33㎡) 원룸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15년이 지난 지금 매출 3181억원, 영업이익 656억원(2013년기준)의 중견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늘 자신감이 넘쳤다. 어려운 시기는 거칠지 몰라도 한 번도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다. 


사실 문 회장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드라마가 따로 없다. 전남 장흥의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했다. 집안 형편상 고등학교에 갈 생각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검정고시를 거쳐 27살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했다. 늦은 나이에 들어간 회사에서는 일곱 번의 특진으로 7년 만에 최연소 임원이 돼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글쎄요. 저는 ‘반드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열심히 하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신념을 믿었다고 할까요.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결과는 늘 좋았습니다.”

자신감은 결과로 증명이 됐다. 판교, 분당, 목동 등 각종 분양대행 사업에서 발군을 실력을 발휘했다. 이른바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분당신도시 ‘코오롱 트리폴리스’, 서울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 ‘서울 서초동 ’현대 슈퍼빌‘, 경기 성남 ‘파크뷰’, ‘두산 파빌리온’ 등 그가 분양대행을 맡은 물량은 모두 성공적으로 팔려나갔다. 그렇게 분양대행을 한 물량이 지금까지 4만여가구나 된다.

그렇게 모인 돈을 토대로 2007년 마침내 첫 번째 시행사업에 나섰다. 부산 해운대의 주상복합 ‘해운대 대우 월드마크 센텀’이었다. 당시 내부 인테리어를 차별화하고 뛰어난 해운대 조망권을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섰더니 청약자들이 줄을 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가 늘 마음속에 담아두는 중국 속담 중에 ‘산 밑에 길이 있다’는 게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잘 안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면 길이 있습니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단 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가보자는 겁니다.”

갈 때까지 가니 길이 보이더라는 공식은 다른 프로젝트에도 적용됐다. ‘판교 푸르지오 월드마크’(경기 성남시 삼평동), ‘송파 푸르지오시티’(서울 문정동),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경기 수원시 하동), ‘판교엠타워’(경기 성남시 평동), ‘신야탑 푸르지오시티’(경기 성남시 야탑동), ‘서초 글로벌S 리슈빌’(서울 우면동),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경기 수원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분양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우리는 좋은 땅을 고르는 게 원칙입니다. 핵심 역세권의 공공택지라는 게 공통점입니다. 현재 위례신도시, 서울 세곡지구, 서울 마곡지구 등에도 땅을 사놓고 사업을 준비 중인데 역시 모두 역세권입니다. 좋은 땅을 사야 한다는 시행의 ‘기본’을 지키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종합 부동산금융그룹으로 비상 채비= 문회장은 2010년 공기업 민영화 1호 매물로 나온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부동산신탁사는 부동산 소유권을 수탁 받아 개발·관리·처분하는 부동산 금융사다. 당시 대형 은행이 인수자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문 회장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한지 불과 1년만에 한국자산신탁을 신규수주실적과 순이익 부문에서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공정하게 하되 신상필벌을 철저히 했습니다. 외부인력 충원없이 특진도 시키고 성과급도 줬죠. 1~2달에 한번씩 돌아가며 임직원들을 만나고 식사했습니다. 직원들이 조금씩 공기업 때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더군요.”

한국자산신탁은 현재 수주액과 영업수익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수탁자산 14조5000억원, 리츠자산 4500억원으로 업계 2위 수준이다.

문 회장은 사실 종합 부동산그룹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지난해 자본금 400억원의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카이트캐피털도 설립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중으로 부동산 펀드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에서 부동산 금융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겁니다. MDM이 개발을 맡고, 한국자산신탁이 신탁업무를, 카이트 캐피털이 대출을 하는 등으로 시너지가 나고 있어요.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지만 원칙을 지키고 투명하게 한다면 길은 늘 있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문주현 회장이 걸어온 길



1958년 전남 장흥 생

1978년 대입 검정고시 합격

1987년 경희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1998년 MDM 창립

2001년 재단법인 문주장학재단 설립

2010년 한국자산신탁 인수

2012년 KAIT 캐피탈 창립

2013년 서울탁구협회 회장 선출

2014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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