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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시인 빌 비올라,이번엔 ‘먼지’로...런던 세인트폴성당 작업 화제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비디오 영상작업을 통해 숭고하고도 사색적인 시(詩)를 써온 미국의 아티스트 빌 비올라(63)가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 미술계에서 큰 화제를 뿌리며 ‘반드시 챙겨봐야 할 작업’으로 꼽히는 빌 비올라의 신작은 순교자(Martyrs). 작가는 이 작업을 런던 도심의 유서깊은 교회인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각) 처음으로 공개했다.

물, 불, 공기, 흙 등 우주의 4대 원소를 활용해 작업 중인 빌 비올라는 이번에 세인트 폴 대성당의 중앙제단에 ‘먼지(흙)’를 활용한 대형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시도했다. 그의 작업에 단골로 등장했던 소재인 물과는 달리, ‘먼지’ 작업은 또다른 적막감과 장중함을 선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빌 비올라의 2014년 신작 ‘Martyrs’ Earth, St Paul‘s Cathedral in London

빌 비올라가 성당에서 영상작업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베니스시 산마르코 광장 인근의 산 갈로 성당(중세에 만들어진 고즈넉한 예배당)에서 ‘해변없는 바다’라는 신작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베니스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미술관계자및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던 이 영상 작품은 무엇보다 중세의 작고 차분한 예배당에서 상영돼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룬 아름답고 명상적인 작품이 예배당이라는 공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더욱 호소력있게 다가온다’는 평을 들은바 있다.

빌 비올라의 2014년 신작 ‘Martyrs’ Water, St Paul‘s Cathedral in London

이번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의 커미션 웍(commission work)은 작업의 스케일과 밀도가 보다 확장된 것이 특징이다. ‘순교자(Martyrs)’라는 타이틀의 신작은 세인트 폴 대성당과 더없이 잘 어우러지며, 인간의 탄생과 소멸,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뤘던 빌 비올라의 작업이 더욱 강렬하고 심오한 세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순교의 의미를 곱씹은 작품답게 다소 끔찍하면서도 극단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 빌 비올라의 기존 작업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평도 제기되고 있다.

 4개의 수직 컬러 프라즈마 스크린으로 구성된 이번 신작은 빌 비올라의 동료이자 작업 파트너인 키라 페로브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먼지를 뒤집어쓰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서 먼지는 세상(지구)을 구성하는 원소인 흙을 의미한다. 작업의 부제 또한 ‘지구(Earth)’이다. 

빌 비올라의 2014년 신작 ‘Martyrs’ Fire, St Paul‘s Cathedral in London

빌 비올라의 이번 신작 프로젝트에는 무려 200만달러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비용은 영국의 Church of England’s Fabric Advisory Committee가 부담했다. 작품은 세인트 폴 대성당에 영구적으로 귀속될 예정이다. 작가가 세인트 폴 대성당을 위해 제작한 또다른 작업은 내년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단 뒤쪽에 초대형의 특수 패널을 설치하는 작업은 영국의 건축그룹 포스터 플러스 파트너스가 맡았다. 

빌 비올라의 2007년 베니스 산 갈로 성당 작품 ‘해변 없는 바다'

빌 비올라의 2007년 베니스 산 갈로 성당 작품 ‘해변 없는 바다'

지난 2008년 한국 내한 당시의 빌 비올라. [사진=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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