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모피아 · 금피아 낙하산 제동걸렸지만…빈자리에 ‘정피아’ 오면 더 큰 문제
금융권의 신뢰도 저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도 한몫했다. 관피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와 여기서 파생된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가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는 토양이 된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규제가 강한 산업 특성상 현직에선 권한을 휘두르고, 퇴직해선 높은 연봉을 받는 자리로 옮기는 게 관례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모피아ㆍ금피아의 낙하산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제도의 뒷받침 없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정치권 인사들의 낙하산을 더 넓게 터주게 되는 셈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7월부터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이 퇴직한 뒤 12개 금융 관련협회로 갈 때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새로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된 곳은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신용정보협회, 대부금융협회, IR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다. 이는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퇴직 공무원이 관련협회로 내려가 공직과 민간의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금감원 간부들이 퇴직 후 2년 안에 민간 금융회사로 갈 때는 과거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취업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위탁으로 자율규제를 하는 금융협회로 갈 때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협회 회장은 모피아가, 부회장 자리는 금피아가 차지하는 ‘나눠먹기 구조’가 정착됐다. 특히 금융회사를 직접 감독하는 금감원 간부가 퇴직 후 바로 해당 금융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고위직으로 가는 일도 반복됐다.

금감원에서 은행 감독업무를 하던 김영대 부원장보는 2012년 3월 은행연합회 부회장으로 갔다. 은행과 카드사 등을 감독하는 직책에 있었던 이기연 부원장보도 최근 카드ㆍ캐피털사 모임인 여신금융협회의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7월부터는 자신이 직접 담당한 업무와 관련된 금융협회에 곧바로 취업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금융권 낙하산이 근절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빠져나갈 틈새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심사는 퇴직 후 2년 동안, 퇴직 전 5년 동안 수행한 직무와 취업하는 직장의 관련성을 본다. 이에 더해 정부는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을 감독하거나 검사하는 업무를 하다가 바로 은행 감사로 가는 것은 불허하지만, 증권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 보험회사로 갈 때는 이를 허용하기도 한다. 퇴직 전 기획ㆍ총무ㆍ감사ㆍ비서ㆍ인재개발 같은 업무에서 경력 관리를 하면 공직자윤리법을 피해 민간 금융회사에 진출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23개 주요 금융회사에 재직한 기획재정부 및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모두 12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이 금융지주ㆍ은행ㆍ보험ㆍ증권의 상위 3~5개사를 분석한 결과 모피아 출신은 모두 86명, 금피아는 38명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시중은행(45명), 금융지주(41명), 증권(21명), 생명보험(9명), 손해보험(8명) 등으로 조사됐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