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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초위기 KBS…제작거부 · 총파업 초읽기

  • 기사입력 2014-05-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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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前 보도국장 폭로
KBS 독립성 · 공정성 논란
청와대 외압설 번지며 파장

KBS기자協, 길 사장 퇴진요구
거부땐 19일 오후부터 제작거부

길 사장 “청와대 외압 없었다”
직원과 대화 · 기자회견 돌연취소



길환영 KBS 사장
세월호 침몰사고와 함께 공영방송 KBS 역시 좌초 위기에 놓였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촉발된 KBS의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은 ‘청와대 외압설’로 번지며 파문이 커졌다. KBS호의 선장 길환영 사장은 19일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을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KBS 기자협회는 물론 메인뉴스를 비롯한 앵커들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발언으로 보직을 떠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 16일 오후 KBS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기자총회에 참석해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이어 지난 18일엔 김 전 보도국장이 직접 작성한 ‘보도 외압 일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김 전 보도국장이 이미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 비판을 자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2월 25일 허니문 이후에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통령 해외 순방 꼭지(보도 기사)수를 늘리라는 요청에 정치 부장이 고민이 많았다”,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사장의 원칙이 있었다”고 밝힌 것과 더불어 최근의 ‘보도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더해졌다.

보도 외압일지에 따르면 길환영 사장은 지난 5월 1일부터 8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뉴스에 개입했다. 특히 김 전 국장은 9시뉴스 예고와 하단 자막 스크롤 내용, 헤드라인 순서를 정하는 것에도 길 사장이 개입해 “대통령의 사과는 부각시키고 정부 책임을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송법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 KBS 사장은 보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 전 국장은 먼저 지난 3일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라’고 한 기자회견 내용을 ‘뉴스9’에 반영하지 못해 뉴스 하단 자막으로 ‘안철수 대표, 대통령 통렬한 사과 요구 vs 새누리, 사고 수습 먼저’라고 끼워넣었는데 길 사장이 해당 자막을 본 뒤 ‘당장 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5일에는 길 사장 주재의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이 참석한 회의를 진행, 이 자리에서 “해경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고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이는 청와대의 일관된 요구였다”며 “이에 당일 잡혀있던 사회 2부의 이슈&뉴스가 해경을 거의 빼내는 방법으로 제작 방송됐다”고 덧붙였다.

6일에는 ‘9시 뉴스’ 예고에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가한 박근혜 대통령 관련 아이템이 빠지자, “사장이 ‘왜 예고에 대통령 기사가 안 나갔는지’ 묻고 헤드라인에 나가는지, 순서는 몇 번째인지 물었다”며 “당시 ‘헤드라인 3번째’라고 하자 길 사장이 ‘두 번째로 올리라’고 했다”고 밝혔다.

8일에는 “해경 조직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슈&뉴스가 잡혀 있었으나 가편집(가 큐시트)이 사장실로 전달될 경우 틀림없이 사장의 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모 간부에게 가편집에서 ‘해경’이란 단어를 다 지우고 가짜 가편집본을 만들도록 해 사장실로 보냈다”고까지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김 전 보도국장의 이 같은 주장에 18일 비대위원회의를 열고 “19일 오후에 예정된‘사장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오후 6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9시 뉴스 최영철 앵커를 포함한 뉴스 앵커들도 제작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과거 KBS의 파업 때에도 일선 평기자들의 제작거부 사태가 있었으나 당시엔 데스크와 팀장급 기자들을 중심으로 뉴스가 제작됐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이미 지난 16일 KBS 보도본부 소속 부장단 19명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일제히 보직 사퇴를 선언했고, 팀장 49명도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기에 공영방송 KBS 사상 초유의 뉴스 중단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길환영 사장의 개인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다. KBS 노동조합(1노조)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의 해외 출장비 유용, 수의계약을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 특파원 인사 개입 등의 비리를 적발했다”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하고 법률 검토를 거쳐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KBS의 또 다른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9일부터 길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15일~17일까지 1224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장 신임 투표에서는 97.9%(1081표)가 길 사장을 불신임했다. KBS본부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예정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KBS 사태’는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길 사장은 지난 17일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청와대 보도 개입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고, 19일 오전 팀장급 이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사장과의 대화’를 가진 이후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기로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20분 돌연 취소됐다. KBS 안팎의 의견은 분분하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을 비롯해 사표를 제출한 임창건 보도본부장 및 부장단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길환영 사장의 버티기는 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길 사장이 금명간 자신의 거취 문제를 밝힐 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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