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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세월호 침몰과 저널리즘
한 달 동안 온 국민을 비탄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침몰 사건’ 현장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도 30여명 되고 선체도 바다 밑에 갈아 앉은 채 그대로 남아 있어 완전한 처리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뒤로 하고 이제는 진상 파악,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옹골찬 대책을 세우는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이다.

지난 한달 동안을 되돌아 볼 때 실망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배안에 머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한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여들어 부산만 떨었지 인명 구조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 우왕좌왕, 무질서, 무능만 노정되어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적극적인 방법을 썼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 것을’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장에 동원되었던 장비. 인원은 인명 구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소품 구실만 했을 뿐이다.

관계 당국의 갈팡질팡하는 모습 못지않게 문제를 노정한 것은 미디어의 현장 보도이다. 수많은 기자가, 카메라가 현장에 급파되어 현장 소식을 전했지만 대부분 보이는 것, 떠도는 소문들을 수집하여 여과 없이 시간과 지면을 채웠다. 선정보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허둥대는 정부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시간마다 사망자나 실종자 수가 들쭉날쭉했다, 구조 방법을 놓고 에어 포켓이니 다이빙 벨이니 하는 얼치기 전문가들의 훈수를 그대로 전달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때문에 수백명의 기자가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 모습은 일그러진 채 전달되었다. 사실을 정리 정돈하여 사건의 전체를 소상하게 알려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이 송두리째 증발되었던 곳이 세월호 침몰 현장이었다.

뉴스는 보이는 현상만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뉴스는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언론의 시각에 따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재구성 과정에 객관성이나 공공성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자 스스로가 검증한 자료만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도 기사자료일 뿐 기사는 아니다. 조금 더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현장을 알렸다면 이처럼 심한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빨리 알리는 것보다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근간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서해 훼리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건 등을 보도하면서 보여 왔던 악습들이다. 표피적이고 일회용이면 감성을 자극하는 기사로 도배하던 행습은 청산되어야 할 숙제이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한 대비책을 세우는 모양이다. 우리 언론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 보도와 관련한 현실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 관련 단체들로 깊은 성찰과 함께 실천 가능한 재난보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디 저널리즘 철칙이 존중되고 준수될 수 있는 매뉴얼이 만들어져 품격있는 한국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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