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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간 인간을 탐구해온 조각가…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지난 40년간 인간을 탐구하며 사실주의적 인체조각을 선보여온 작가 김영원이 그간의 궤적을 돌아보는 작품전을 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소월로의 표갤러리(대표 표미선)에서 9일 개막된 김영원의 개인전에는 1980년대 초기작에서부터 최근 제작한 신작까지 총 20여점이 출품됐다.

김영원은 일관되게 사람을 테마로 작업해왔다. 많은 조각가들이 추상조각 또는 미디어아트 등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는 묵묵히 인체를 주제로 조각을 제작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조각해 대중과도 친숙한 그는 시대 사조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이 곧 우주’임을 인체 작품을 통해 드러내왔다. 그의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인체에 만물의 모든 섭리가 함축돼 있음을, 또 사람의 몸이야말로 세상의 근원임을 느낄 수 있다.

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사랑)07-2, 71x24x39cm, painting on bronze, 2008 [사진제공=표갤러리]

김영원을 유명작가로 만든 ‘중력, 무중력’ 시리즈는 한 인간과, 그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철학적인 작업이다. 감성과 이성, 욕망과 절제, 꿈과 절망을 지닌 인간의 이중성을 그는 독특한 작업으로 해석해내 크게 주목받았다. 이 후 ‘그림자’ 시리즈에서는 인체를 마치 두부 썰듯 평평한 단면과 단면으로 배열하거나, 배치함으로써 어떤 것이 주체이고 그림자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작업인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인체 연작을 통해 작가는 ‘있음과 없음’, ‘정신과 몸’, ‘현실과 이상’이란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그의 대표작인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는 입체와 평면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체를 통한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이 시리즈는 시(詩)적이면서도 음악적 요소를 품고 있다. 단순한 인체조각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비롯해, 사랑, 황홀, 명상의 순간 등을 다채롭게 드러내고 있어 흥미롭다. 동시에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균형을 이루는 것도 매력이다.

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꽃이 피다)08, 209x126x72cm, bronze, 2008 [사진제공=표갤러리]

작가는 “나는 오랫동안 사실적인 인체조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인체는 파도 파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같은 것이다. 내 작품은 인체를 묘사하지만 풍경이기도 하고 상황이기도 하다. 관람객마다 다른 해석, 즉 열린 해석이 가능한 작업이다”고 했다.

그는 왜 그토록 인체에 집중했을까? 이에 작가는 “시대의 변화와 끝없이 조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적 변화와 근원적 원리를 찾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즉 인간의 몸을 조각에 빌려 표현하면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에 녹아들어가 관계를 맺으며 인간의 삶을 성찰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영원은 지난해 6월 이탈리아의 고도(古都) 파도바에서 세계적인 조각가 노벨로 피노티(Novello Finotti)와 2인전을 열며 유럽무대에 본격 진출했다.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김영원의 인체 조각이 ‘구상 조각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 주목받으며, 인체조각의 거장인 피노티와 나란히 전시를 열었던 것. 

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 180x145x54cm, bronze, 2014, [사진제공=표갤러리]

피노티는 베니스비엔날레에 두차례나 참여했던 거장이다. 그의 제안으로 김영원은 파도바 시(市) 초청으로 시청 광장과 시립 미술관, 공원 등에서 대규모 전시를 가진바 있다. 당시 출품작 중 높이 3m에 달하는 ‘그림자의 그림자(길 위에 앉다)’는 파도바시 오페라재단(Fondation Opera Immacolata Concezione) 중앙 광장에 영구소장되기도 했다. 

김영원 중력 무중력 88-2, 168x58x73cm, Bronze, 1988 [사진제공=표갤러리]

미술평론가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호남대 교수) 씨는 “김영원은 인체 중에서도 군살 없이 쭉 빠진 청년의 몸을 소재로 다양한 인체조각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40여년에 이르는 그의 족적은 사실주의적 구상조각이라는 일관된 자세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여러차례의 변곡점이 존재함으로써 그의 삶이 작품에 대한 고뇌로 충전돼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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