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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세월호가 바꾼 아파트 견본주택 풍경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안전을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모였다 하면 ‘혹시~’라고 시작하는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를 건네는 풍경이 일상이 됐습니다. 버스나 열차를 타다가 ‘혹시 사고 나는 거 아냐!’라거나, 대형 건물에 들어서면 ‘혹시 무너지거나 불나는 거 아냐!’, 다리를 건널 때 ‘혹시 무너지는 거 아냐?’라는 말이 누군가에게서 불쑥 튀어나오는 식입니다. 불안심리가 생각보다 큰 가 봅니다.

그래서 최근 아파트를 분양하는 견본주택 현장에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 나타난 눈길을 끕니다.

9일 개관한 충남 당진 ‘힐스테이트’ 견본주택에선 수시로 비상구와 소화기 위치를 안내하는 방송을 흘러 내보내고 있습니다. 안내 도우미들은 1층 아파트 모형 전시물 앞에 일정정도 방문객이 모이면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설명합니다.

견본주택에서 과거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풍경입니다. 

며칠 전엔 오는 23일 견본주택을 여는 평택 송담 힐스테이트 아파트 상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설명자료 맨 앞 페이지를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간담회 장소의 구조와 비상구, 소화기 등의 위치가 그려진 대피 안내도였습니다. 브리핑 담당자는 혹시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한 안내라면서 이를 가장 먼저 설명하더군요.

현대건설 관계자는 “견본주택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집객시설이니 만큼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모든 견본주택 현장에서 방문객들의 불안 심리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고 비상시 대피 요령 등을 수시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곳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최근 분양을 많이 하는 대우건설은 견본주택 시설 점검과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견본주택 마다 내부지침을 보내 비상계단 등 사고 발생시 피난 통로가 잘 확보돼 있는지, 물건 등이 쌓여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직원들을 상대로 비상대피 훈련 등을 실시하도록 지침을 내리기도 했구요.

삼성물산의 경우 서울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 등에 고객을 상대로 한 ‘고객 안전 사항 표지판’의 숫자를 더 늘렸습니다. 고객이 수시로 이를 보고 비상시 행동요령을 숙지하도록 한 겁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견본주택 뿐 아니라 아파트 공사현장 등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모든 곳에서 안전관련 규정을 더욱 철저히 따르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청난 사고가 발생하고 난후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참 씁쓸합니다. 진작부터 사회 곳곳에서 안전을 소중히 여기고 대처했다면 어땠을까요! 세월호 참사가 주택시장과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 의식을 더 강화하도록 한 계기가 된 현실이 안타깝네요.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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