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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빚 권하고 거짓말하는 분양현장, 그만 좀 하시죠?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이달 초, 평소 자주 연락하고 지낸 현장 취재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자고 합니다.

그는 몇몇 오피스텔 분양 홍보관들이 허황된 광고로 계약자를 모집하고 있단 내용을 전합니다.

기자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오피스텔 홍보관에 눈길이 갔습니다. 취재원이 지목한 곳이기도 합니다. 미군기지가 이전할 평택에 지어질 예정이라는 이 단지의 홍보관 건물에 붙은 각종 문구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 중인 ‘부당 표시ㆍ광고 유형’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전국 최고 수익률’ㆍ ‘수익보장증서발행’ 등 한 눈에도 눈속임 혹은 ‘사기’가 의심가는 곳이었습니다.

하루는 인근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론 취재용이었죠. 아르바이트 요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기자에게 오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사진파일을 지워달라”고 하더군요. 황당했습니다. 초상권은 사람에만 해당됩니다. 건물 외관의 광고문구도 사진촬영 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지적재산권이 있는지는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자의 의심은 더 커졌습니다. 뭔가 ‘촉‘이 왔다고나 할까요.

“분양가 70%를 빚 지면 연 수익률 18%”라는 상담직원 = 며칠 간 기자는 관련 자료를 모았습니다. 해당 현장에서 상담받고 투자를 포기한 예비투자자들을 수소문해 만났습니다. 다른 제보자가 갖고있던 통화 녹음 내용 등 음성자료도 얻었습니다.

홍보관 상담직원은 일단 자신이 미군기지가 있는 서울 용산에 오래 살아서 그 지역을 잘 안다며 대화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군들이 내는 방세 수준이 상당히 높아 임대료가 많이 걷힌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죠.

한 제보자는 “1차분양이 연 수익률 18%ㆍ2차는 15%수익이 가능하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처음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비결은 대출입니다. 직원은 ‘요즘 금리가 너무 싸서 이자는 부담도 아니니까’라며 ‘분양가의 70%(1억6000만원 선)를 빚으로 내면 실투자금이 7100여만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군이 내는 비싼 월세가 생긴다고 합니다. 매년 오른답니다. 이것이야말로 고수익의 원천이라는 논립니다. 상담직원은 “(이 오피스텔은) 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맞춰 분양하는 외국인용 렌탈 물량”이라며 “영외 거주할 미군 주택수당이 매년 오르고, 이 비용은 우리 세금으로 내는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돼 월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고 설명합니다.

제보자는 “그렇게 월세가 올라 2016년 예상 수익률은 21%라고 했다”고 말합니다. 확인해 보니 해당 홈페이지 사이트에도 이 내용이 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상담직원 말처럼 방위비분담금에 ‘매년 오르는’ 미군 주택수당이 포함될까요?

답은 아닙니다. 한미연합사에 문의했습니다. 연합사 관계자는 “주한미군 주택수당은 방위비분담금과 관련 없다. (그 오피스텔 광고는)과장됐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 국방성과 평택시 등이 연 포럼에서 영외거주 미군의 주거문제를 논의하긴 했지만 결정된 게 없고, 미 국방예산 감축으로 (주거보조)관련 프로그램도 없어졌다”며 “(평택엔) 비슷한 내용으로 광고하는 오피스텔이 수두룩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기자는 재확인을 위해 이 오피스텔 홍보 현장 및 시행사 관계자에 연락했습니다. 이들은 “방위비 분담금에 미군 주거수당은 포함돼 있지 않다. 직원들이 잘못 설명한 것 같다”며 “정확히 확인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사진설명>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오피스텔 분양홍보관 간판. 5월 2일 촬영


시공사의 미군시설 공사경력? 기업 투자액 100조원? = 상담직원의 설명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먼저 시공사의 시공경력입니다. 예비투자자들과 인근 분양업계에 따르면 현장 상담직원들은 ‘오피스텔 시공사는 미 국방성 시설관리용역업 인증이 있는 회사로 미군 군부대시설도 많이 시공했다’고 설명합니다.

진짜 그럴까요?

국방부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물어봤습니다. 사업단 관계자는 “이 오피스텔 시공사는 미국 ‘극동공병단(FED)사업’으로 불리는 시설공사에 주관사로 참여한 적이 없다”고 확인해줍니다. 한 건설업계 핵심관계자도 출처 비공개를 전제로 “이 건설업체(시공사)는 2012~2013년간 FED사업실적신고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알고보니 ‘미군의 인증’을 받은 업체는 시공사가 아니라 이 건설사가 만든 건물관리회사였습니다. 시행사 관계자는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뿐 아닙니다.

분양지 인근 “삼성전자 부지(고덕지구) 396만㎡에 100조원이 투자된다”는 상담직원의 설명내용도 문젭니다. ‘투자액 100조원’은어디서 나온 숫자일까요? 확인해 보니 공식적인 출처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먼저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죠.

“(고덕지구) 투자금액에 대한 언급은 기업투자를 유치한 경기도가 했었다. 우리는 구체적인 투자액수를 밝히는 게 불가능하다.투자종목 트렌드 변화에 따라 투자금액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경기도에 물어보니 응답을 해당지구 사업 중인 경기도시공사에 넘깁니다. 수차례 시도끝에 돌아온 도시공사 측의 답변입니다.

“투자액 ‘100조원’에 대한 근거자료는 가진 게 없다. 삼성 등에서도 받은 바 없다”

마지막으로, 분양 중인 해당 오피스텔 시행사에 확인해봤습니다. 100조원의 근거가 뭐냐고.

관계자의 답변입니다.

“(100조원 내용은) 상담직원 교육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일부 기사 등을 취합해 투자액 관련 부분을 (자료에) 넣은 것 같다”

이 현장의 1차분양 109가구는 공식적으론 분양이 끝났다고 합니다. 계약금이 2300여만원이니 최소 23억원 정도는 모였겠네요. 한 사람이 기본 두 채씩은 계약했다고 상담직원은 말합니다.

▶ 갈곳 잃은 쌈짓돈, ‘초보 상담원’에 맡겨져? =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발품 좀 팔면 과장과 눈속임이 불보듯 한 현장이 서울 한복판에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린다는 점이죠.

왜일까요.

한 취재원은 “그만큼 현금 1억~2억원 가량…뭉칫돈도 아닌 ‘쌈짓돈’ 넣을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대기업 직원들만 해도 3~4년 가량 착실히(소위 ‘실패’없이) 일하면 현금 1억원 정도 갖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이 돈을 투자하려고 합니다. 요즘, 집을 투자개념으로 사는 ‘1억~2억원 보유자’는 별로 없습니다. 상가에 넣기엔 모자랍니다. 소위 ‘만만한 게’ 오피스텔이나 작은 원룸들이죠.

결국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몰립니다. ‘실투자금 3천에 두 채’ 혹은 ‘1억에 4채’같은, 수요를 자극할 만한 문구로 승부를 보려는 현장이 계속 생깁니다.

문제는 이들을 상대하는 상담직원 혹은 분양대행업자들의 ‘퀄리티’입니다. 또 다른 취재원은 “1억원짜리 전세도 나름대로 국가 공인시험을 거친 중개사들이 거래하는데, 수억짜리 새집을 파는 이들의 경력은 소비자가 알 길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올들어선 보험ㆍ업계의 TM영업이 막히면서 이쪽 업계 종사자 5000~1만명 가량이 분양상담업계의 ‘새내기’가 됐단 소문도 들립니다. 기자가 위에 언급한 오피스텔 현장의 한 직원은 고객응대가 처음인지 ‘상담 내내 횡설수설에 손까지 떨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생계가 막막해 어쩔 수 없이 초보상담사가 되신 분들까지 지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직하게 일하시는 업계 분들도 기자는 다수 봤습니다. 결국 물을 흐려놓는 건 몇몇 ‘미꾸라지’들입니다. 그런 행태가 더할수록 업계 전체가 고객의 신뢰를 잃는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워런버핏 투자노트’를 인용합니다.

법칙 1. 절대 돈을 잃지 마십시오

법칙 2. 절대 법칙 1을 잊지 마십시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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