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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獨 · 佛 퇴직후 재취업 제한…위반땐 연금 박탈
금융·보험 등 정부 상대하는 민간기업들
고위직 인맥 연결하는 전직관료 필수
골치아픈 규제장벽 돌파 노하우 배우기도
관료들도 퇴직후 높은 보수에 매력
전관예우는 시장요구…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오랫동안 공직에서 일해 온 ‘전관(前官)’을 예우하는 건 업계와 관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전관예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대관 업무가 필수적인 민간 영역일수록 정부 고위직 인맥에 쉽게 닿을 수 있는 전직 관료의 필요성이 크다. 금융, 보험, 정보통신, 건설, 항공, 해운 등 정부 규제가 강력한 영역일수록 더욱 그렇다. 작은 규제 하나가 기업의 수익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전직 관료들은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하는 역할뿐 아니라 골치 아픈 각종 법률과 규제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는 노하우를 민간에 전파한다. 민간기업이 사외이사, 감사 등의 자리에 전직 관료 모시기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업계의 대변 조직으로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 업종별 이익단체인 ‘협회’, ‘조합’, ‘연합회’ 등에선 전관을 ‘모시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일 수밖에 없다.

관료들은 이런 전관예우를 마다할 리 없다. 오랫동안 공직에서 박봉으로 일하다 퇴직후 높은 보수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일종의 보너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국토부 관련 한 협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금 ‘전관예우’는 시장의 요구로 이뤄지는 성격이 강해서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관들이 활동하면서 ‘뒷거래’가 횡행하는 등 공공부문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관리부실 문제로 공공 기능이 약해지는 등의 폐해도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전직 공무원이 민간에서 활약할 수 있으면서도 그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공직자 윤리법’을 마련해 놓긴 했다.

4급 이상 공무원과 인허가ㆍ수사 업무에 종사한 5~7급 공무원들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이나 협회,로펌, 회계·세무 법인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공무원이 업무와 직결되는 민간영역에 바로 뛰어들 경우 불공정 경쟁 등의 폐해가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예외규정이 많아 유명무실하다. 공무원 재직 시절 맡았던 업무 관련 협회라도 정부의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경우엔 취업을 제한받지 않는다. 변호사·세무사 자격증을 가진 판·검사나 국세청 출신들이 로펌, 세무 법인에 취업하는 것도 예외로 허용하기 때문이다.

업무 관련성을 따지는 범위도 ‘해당 과(課)’로 국한돼 허점이 많다. 같은 국(局) 소속이라도 과만 다르면 취업 제한을 받지 않다. 일부에선 이 허점을 악용해 퇴직 직전 인사·총무과 같은 곳으로 발령 내는 ‘보직 세탁’도 횡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몇몇 국회의원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보완책을 내놓긴 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현행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및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공직유관단체)’로 확대·적용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관예우 관련 규제가 우리나라에 비해 강력한 선진국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공직자 ‘전관예우’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둬 민ㆍ관 결탁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은 공직자 재취업을 공직자의 직위, 업무에 따라 영구 제한부터 2년, 1년 제한, 적용 제외까지 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위반 시 가담 정도에 따라 1년 이하 또는 5년 이하 징역, 최대 5만달러(5157만원)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은 퇴직 후 3년간, 프랑스는 퇴직 후 5년간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위반하면 연금박탈 또는 삭감, 압류 등의 처벌을 내려, 산하기관 낙하산을 실효성있게 막는다. 특히 독일에선 공직자의 퇴직 후 모든 영리활동은 신고대상이다. 공공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은 사전에 감시하겠다는 의미다.

처벌 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영국은 공직자 재취업 사전승인제를 운용한다. 정부 취업자문위는 고위공직자, 변호사 등 전문직, 공직 재직 기간 동안 예비 고용주와 2년간 공무상 거래관계, 공무 수행 중 예비고용주의 경쟁사 정보를 취급했는 지 등을 살펴 취업을 제한한다.

박일한ㆍ한지숙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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