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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입지 강남역 빌딩도 ‘극과 극’
강남역 프리미엄 사라진지 2~3년
빌딩 30곳중 공실 20%이상 두곳
초역세권도 임대료 비싸면 외면
임대료 저렴한 곳 공실률 ‘제로’

역반경 150m이내 상가 임대료
3.3㎡당 평균 357만원 책정
150m이외 지역은 42만원

객단가 9 · 10번 출구 3~4만원
삼성타운 5~8번 출구 7만원



서울 강남구ㆍ서초구를 가르는 강남역 일대. 일일 유동인구는 신분당선 개통 전인 2011년 85만여명에서 지난해 98만9241명(2013년 8월 기준ㆍFR인베스트먼트 집계)이 됐다. 강남역(2호선)이용 인구는 4년 전 하루 평균 12만5000여명에서 작년엔 1만명 가까이 늘었다(13만5595명ㆍ서울메트로 집계). 강남역은 17년 째 ‘수송인원 전국 1위’ 자리를 고수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불리기 아깝잖은 이유다. 그러나 최근 이곳 건물ㆍ상가 시장엔 양극화 조짐이 일고 있다. 장기불황의 그늘이다. 임차인 우위가 된 오피스 시장엔 빌딩 간 공실격차가 최고 20%에 이른다. 상가 또한 입지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다. 


▶ 빌딩 공실 0% vs 20% = 지난달 30일 찾은 강남역 사거리엔 ‘임대’ 현수막을 걸어놓은 빌딩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겉보기엔 빈 건물이 대부분일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빈 사무실이 없는 빌딩도 상당하다.

실제 빌딩전문업체 리맥스와이드파트너스가 최근 강남역 일대 오피스빌딩(평균 연면적 1만2047㎡)30동을 무작위 추출해 조사한 결과 무(無)공실 빌딩은 13개였다. 임차인이 들고 나는 ‘거래회전’을 감안한 자연공실률(4∼5%)을 넘어선 건물도 13개로 조사됐다. 이 중 공실 10%이상인 빌딩은 5개 동, 20%이상인 빌딩은 두 곳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건물 간 공실률 격차가 생긴 건 임대인→임차인 우위로 돌아선 시장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근 공인중개업계는 “2010년 이후 인근 대형빌딩이 연달아 세워져 공급이 30%가량 늘었다”며 그러나 “월세가 싸거나, 임차인이 골라 들어갈 만한 빌딩은 대부분 만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빌딩전문 공인중개사는 “강남역 ‘프리미엄’은 최근 3∼4년 새 사라졌다. (임차인들은) 초역세권이라도 비싸면 안들어간다. 우리도 비싼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강남역 출구 바로 옆 A빌딩(지상기준 18층)은 4개층이 2년 가까이 비었다. 임대료가 비싸서다. 한 보험회사 콜센터가 이전한 뒤 줄곧 공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의 관리 관계자는 “현재 임대료는 보증금을 2억원으로 잡으면, 264㎡(사용면적) 기준 월 600만원 선(부가세 별도)”이라고 전했다. 3.3㎡ 당 8만원 대다. 2년 전 임대료보다 더 올랐다. 인근 B공인 정 모 대표는 “(A빌딩의) 2년 전 월세는 3.3㎡ 당 7만9000원이었다”며 “현재는 3.3㎡ 당 7만5000원대가 적정선”이라고 전했다.

무공실 빌딩이야 임대가 잘 되니 당장 매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빈 사무실이 많은 건물도 이처럼 장기공실로 두는 게 대다수다. 자연스레 매매시장은 사실상 정지상태다.

실제 ㈜알코리아에셋(이하 알코리아)이 강남역 반경 500m내 연면적 495㎡, 매맷값 300억원 이하 중소형 건물 322채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2년 매매거래는 6건, 지난해 5건에 그쳤다. 황종선 알코리아 대표는 “가격이 워낙 높다보니 쉽게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태”라며 “특히 공실 높은 빌딩의 주인들은 임차 대기수요(가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장기간 비어도 임대료를 잘 안 내리고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이 짙다”고 평했다.

강남역 일대 건물ㆍ상가 시장에 양극화 조짐이 일고 있다. 장기불황의 그늘이다. 임차인 우위가 된 오피스 시장엔 빌딩 간 공실격차가 최고 20%에 이른다. 상가 또한 입지나 고객구성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다. 사진은 4월 현재 공실 ‘제로’인 강남역 9번출구 인근 이면도로의 미림타워.

▶ 같은 상권이라도 세부조건 따라 ‘격차’ = 상가시장도 다 같은 ‘강남역’으로 보면 오산이다. 같은 초역세권(강남역 반경 300m 내)이라도 자세히 보면 임대료ㆍ보증금 차이가 크다. 1일 FR인베스트먼트가 강남역 초역세권 3개 블록 전체를 조사한 결과 강남역 반경 150m 내 매장(1층 66㎡기준)의 3.3㎡당 평균 임대료는 월 357만8000원, 보증금 2743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150m바깥지역 점포 월 임대료는 3.3㎡당 평균 42만원, 보증금 861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객단가도 출구에 따라 많이 달랐다. 객단가란 해당 점포의 고객 1인당 소비액이다. 매출 계산의 주요변수로 쓰인다.

특이한 점은 유동인구와 객단가가 반비례한다는 것.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강남역 9ㆍ10번 출구 객단가는 3∼4만원으로 12개 출구 중 가장 낮지만 일일 유동인구는 29만6870명으로 가장 많다. 반면 1∼4번 출구 유동인원은 하루 20만1982명으로 가장 적지만 객단가는 5∼7만원 선이다. 삼성타운이 자리한 5∼8번 출구 상권 객단가도 최고 7만원 선이다.

이는 출구별 고객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9ㆍ10번 출구는 대학생, 20~30대 젊은 직장인이 주 고객이다. 반면 1∼4번 출구엔 대형오피스 입주 직원(30∼60대) 및 역삼세무서 이용객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세부조건에 따라 임대료ㆍ매출 등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강남역 상권엔)신분당선 개통이나 삼성타운 입주(2008∼2009년)등 호재도 있었지만 수혜를 입은 상가는 소수였고, 개발호재가 상권 시세에 큰 영향을 못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강남역 일대가 광역 상권화 할 수록 세부 입지나 고객특성 등에 따른 희비는 더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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