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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준섭 축구대표팀 주치의 “다같이 한 비행기로 돌아오는 게 가장 큰 목표죠”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해외파 선수들이 하나둘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도 아니다. 바로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 송준섭(44·서울 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 박사다. 

지난 2009년부터 홍명보호와 고락을 함께 해 온 송준섭 박사는 “월드컵을 코 앞에 둔 지금이 가장 부상에 민감한 시기다. 나로서도 굉장히 부담되고 긴장되는 때다”고 했다. 마침 송 박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던 중 옆방에서는 1시간 전 독일에서 귀국한 박주호(27·마인츠)가 수술받은 오른쪽 발가락 부위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고 있었다. 


최근 브라질 경제신문 이코노믹밸류에 따르면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몸값은 어림잡아 1억8600만 헤알(약 872억원)에 이른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 중 27위에 해당한다. 송 박사는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872억원짜리 보물들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위치에 있다.

“국가대표팀에 선수들 몸값을 책임지는 두 파트가 있대요. 하나는 우리 의무팀, 또 하나는 버스 기사님이시죠. (웃음) 최종엔트리 결정을 앞두고 선수들이 부상한 채 찾아오면 굉장히 긴장됩니다. 이 선수에겐 평생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꿈의 무대잖아요. 되는선수를 안된다고 하면 선수에게 큰 상처가 되고, 안되는 선수를 된다고 하면 팀에 막대한 손실이 되죠.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 축적된 자료 등을 활용해 최대한 오차가 나지 않도록 해야죠.”
홍명보호와는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벌써 네번째 동행이다. ‘홍명보 아이들’의 몸과 부상에 대한 히스토리는 모두 송 박사의 컴퓨터 안에 차곡차곡 기록돼 있다.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염려된다”는 홍 감독이 최근 가장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송 박사다. 최근 박주영(29·왓포드)이 봉와직염으로 시즌 중 귀국했을 때 다소 논란이 있었다. “잘 안씻어서 생기는 병 갖고 호들갑을 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송 박사는 “고름이 뼈로 침투하면 골수염이 올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주영과 박주호 모두 발가락 봉와직염으로 고름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정상적으로 훈련과 재활을 시작했다.

송준섭 박사는 불과 4년 전 월드컵 때와 비교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해외 선수들이 부상하면 전화나 이메일로 알려왔다. MRI 사진이 대용량이라 제대로 보내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요즘엔 조금만 몸에 이상이 있어도 SNS 메신저로 문의하고 부상 부위도 바로 찍어서 보낸다. MRI 사진도 ‘키 이미지(key image)’만 캡처해서 보내면 여기서 금세 판독할 수 있다“고 했다.

송 박사는 가장 보람된 일로 지난 2011년 정강이뼈 골절을 당한 이청용(볼턴)의 재활을 들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대표팀 맡고 골절 부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힘든 재활을 이겨내고 지금은 부상 전보다 훨씬 좋은 클래스로 게임하는 걸 보면 매우 보람되고 가치있는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목표는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이다. 송 박사의 목표도 같을까. “의사로서 선수 모두가 부상없이 대회를 잘 마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죠. 다함께 출발해서 다함께 같은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 팀이 그런 컨디션이라면 분명 성적도 좋을 거라 믿어요.”

anju1015@heraldcorp.com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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