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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췌장암도 복강경 수술로 완치 기대”…간담췌분야 차세대주자
-(19) 분당서울대병원 담도췌장암센터 윤유석 교수
5년 생존율 낮은 ‘암중의 암’ 췌장암
10~20%환자 절제술 통해 생존 가능

고난도 췌장복강경 수술 판로 개척
22國 100여명 의사에 선진의술 전파
최근엔 췌장암 환자에도 시행 주목


“이제 꼼짝 없이 죽겠구나 싶었어요. 췌장암은 고치기 힘든 병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도 하지 말고 그냥 어느 산 속 절에 들어가 남은 생을 마감할까도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삶에 대한 희망이 생겼습니다. 가족들 모두 수술할 수 있다는 자체를 행운이라 여기고 있어요”

1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황모씨(63세)는 명치 부근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게 됐다. 가족력이 있던 그였기에 그나마 빨리 진단을 받게 된 것은 운이 좋은 편에 속했지만, 10여 년 전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 황씨는 두려움만 앞섰다. 건강해보이던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았을 때는 이미 여생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씨의 췌장암을 진단했던 분당서울대병원 담도췌장암센터 윤유석 교수(45)는 “아직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없고, 암의 위치도 췌장 꼬리 부분에 자리 잡고 있어 복강경 수술로도 절제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윤 교수의 설명을 들은 황씨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췌장암은 10명 중 겨우 1~2명만이 수술을 시도할 수 있는데, 여기에 속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에서다. 윤 교수에게 원위부 췌장 절제술을 받은 황씨는 현재 완치를 기대하며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간담췌분야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윤유석 교수는 췌장암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으므로 환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췌장은 각종 소화요소와 인슐린을 분해하는 소화기관의 일종으로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 조절을 담당한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췌장은 암이 생겨도 티를 내지 않는다. 증상도 미미한데, 진단도 쉽지 않다. 그래서 대표적인 증상인 황달과 복통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이미 곳곳에 전이되어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말기인 경우가 많다. 미국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에서 이 암을 진단 받고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췌장암은 ‘암중의 암’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부동의 1위인 ‘암’ 중에서도 5년 생존율이 낮기로 악명 높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지난 10년 간 대부분 암의 5년 생존율이 크게 늘어난 사이, 췌장암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위암의 5년 생존율이 10년 새 42.8%에서 69.4%가 됐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진 폐암과 간암의 경우에도 5년 생존율이 10년전에 비해 각각 11.3%, 10%에서 20.7%, 28.6%로 크게 증가했지만 9.4%이던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년 후 8.7%로 오히려 퇴보했다.

윤 교수는 “췌장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인데, 1-4기 중 주요 혈관을 침범하지 않은 1, 2기에서만 근치를 목적으로 한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며 “이 비율이 대략 10-20%인데, 췌장암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앞으로 이 비율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유석 교수는 서울대의대 졸업후 간담췌외과를 전공으로 하면서 2004년부터 분당서울대학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그의 곁에는 당시 국내 간담췌분야 복강경 수술을 개척자로 주목 받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적으로도 최소침습수술의 대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호성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암뇌신경진료부원장)가 늘 함께 있었다. 지금의 윤 교수의 업적 뒤에는 한호성 교수와 한 팀을 이뤄 고군분투해 온 근 10년의 세월이 있다. 그래서일까. 윤 교수의 이름 앞에는 유독 ‘세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 붙는다

2005년 윤 교수는 한호성 교수와 팀을 이뤄 췌장 종양 환자에게 복강경 췌장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복강경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도해 성공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때 윤교수가 시행한 일명 ‘휘플 수술(Whipple’s operation)’은 개복 수술로도 쉽지 않은 고난도의 수술로 알려져 있다. 췌장의 머리 부분과 담낭ㆍ담도ㆍ십이지장 등을 한꺼번에 절제해야하고, 수술 후에도 합병증과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전문가만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시 복강경 수술은 국내에 도입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절개 부위를 최소화 시켜 회복을 앞당긴다는 장점으로 담낭 절제, 부신, 위, 간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췌장은 복강 내에서 깊숙이 위치해 있고 주변에 중요혈관들이 위치하고 있어, 카메라와 작은 절개창으로 삽입한 도구에 의존해서는 제대로 수술하기 어렵다는 의식이 강했다. 그러나 윤 교수팀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 췌장 복강경 수술의 판로를 개척했다. 이 수술의 성공으로 국내 복강경 수술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 선진대열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현재 윤유석 교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부 선택된 환자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원위부 췌장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의 약 70%는 복강경 수술로 해결하고 있다.

윤 교수는 “현재 위암이나 간암 등에는 복강경 수술이 활발히 쓰이고 있지만, 췌장암은 진단 당시에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췌장의 낭성 종양이나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병변에 주로 많이 시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복강경 수술은 개복으로 수술할 때보다 절개 부위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그만큼 합병증의 위험이 낮아지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 등을 분명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췌장암 환자 일부에게도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는 수술 후에도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 등을 병행해야하는 췌장암 환자들에게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팀은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간세포암에 대해 간우후구역 절제술을 복강경으로 성공해내며 국내외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은바 있다. 이 후 소아 간절제술, 중앙 2구역 간절제술, 해부학적 간절제술 등을 세계 최초로 복강경으로 시도해 잇따라 성공시켰다. 국내에서는 복강경 원위부 췌장 절제술과 더불어, 복강경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최초로 시행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성과의 최전방에서 복강경 간-췌장-담관-담낭 수술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간담췌분야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태리, 벨기에 등의 구미 국가와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22개국 100여명의 해외의사들에게 복강경 수술을 연수하며, 한국의 선진 의술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윤 교수는 “췌장암은 현재 10만명 당 8.5명 꼴로 발생하고 있고 순위로는 8위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며 “이전보다 췌장암에 효과가 있는 항암약물이 나오고 있고 수술과 함께 항암, 방사선 보조요법을 포함한 복합요법을 통해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따라서 췌장암을 진단받으면 사형선고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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