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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용감한 오바마, 비겁한 아베
‘수화상증(水火相增) 정재기간(鼎在其間) 오미이화(五味以和)’라는 말이 있다. 중국 고전 회남자(淮南子)의 설림훈(說林訓)에 나오는 대목으로, 물과 불은 상극(相極)이지만 그 사이에 솥이 있으면 다섯가지 맛이 어우러진다는 얘기다. 대립과 갈등을 잘 조절하면 오히려 창의적이고 조화로운 해결책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를 요즘 우리 외교적 상황에 빗대어 보면 재미 있다. 물과 불은 한국과 일본이고, 솥은 미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주 일본을 거쳐 한국을 다녀간 것도 두 나라 갈등에 중재역할을 하려 했던 것이니 틀린 비유는 아니다.

오바마는 이번에 다섯 가지 맛을 다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위안부 문제를 건드려 주었다. “아무리 전쟁 상황이었어도 위안부는 충격적이며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질타했다. 중재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한 것이다.

느닷없는 비판에 일본이 꽤 충격을 먹은 모양이다. 아베 총리는 즉각 “위안부들을 생각하면 (일본도)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우리가 뭐라 하면 되레 신사참배가던 사람이, 오바마 한 마디에 꼼짝 못했다.

그러나 역시 아베는 비겁했다. “20세기에는 여성을 비롯해 많은 사람의 인권이 침해된 세기였다”며 책임을 흐렸다. 그걸 보고 오바마가 한국의 독도 영유권까지 거론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일본에서 센카쿠열도의 일본 점유권을 확인해 준 것 처럼 말이다. 물론 과욕이다. 당연히 위안부와 독도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오바마는 이번에 그 힌트를 주었다. 국제사회의 강한 여론이 일본에 심대한 타격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이 많아졌다. 세월호 참사로 정신이 없겠지만 이제 할 일은 하자.

조진래 논설위원 /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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