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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 장명철> 한류, 창조경제 발상지 영국서 성공하려면?
최근 한국사회는 창조경제 발상지인 영국의 문화산업을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한류지만 영국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문화산업으로 진화하기엔 갈 길이 멀다. 영국 문화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비결은 영국 문화가 우월해서라기 보다 세계를 주름잡았던 팍스브리태니카 시대가 약 2세기 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 이념, 가치관 등 기본적인 사회구성 요소들의 대부분은 영국인들이 주입시킨 것들이다. 한국도 영국에서 정립된 현대복식을 입고, 영국 산업혁명의 산물인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전화기로 대화를 한다. 우리는 영어를 배우고, 축구에 열광한다. 전 세계에 익숙한 영국문화는 세계인들의 취향과 코드에 들어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국 문화상품은 세계인들의 문화코드와 맞을까? 한류라고 일컫는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과 유사한 문화코드를 공유하는 아시아권에서만 성공하고 영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류는 영국에서 소수의 매니아층을 제외하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서방권에서 한류는 일본문화에 편승함으로 인해 가능했다. 일본문화의 막강한 영향력이 세계인들에게 극동문화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다면, 한국이 자력으로 한국문화를 전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서양인들에게는 너무 생소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국문화 팬들에게 한국문화를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케이팝 때문”이라고 한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유는 “ㅇㅇ그룹의 ㅇㅇ가 잘생겨서”라고 답한다. 10대 소녀들로 한정된 팬덤의 한계다. 아이돌의 비주얼만 앞세워 소녀팬들의 마음은 잡을 수 있을지언정, 대중들에게 어필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수는 없다. 한국만의 특수성을 찾고, 이를 개발해야 한다.

‘올드보이’가 한국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어느 정도 구축한 이후 한국영화는 영국시장에서 느와르 장르 위주의 영화로 포지셔닝 된 느낌이 강하다. 이를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몽상주의적 화풍을 가진 영화들이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크진 않지만, 적어도 한국영화라고 하면 예술영화라는 인식이 있다. 이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중국의 무협영화와 함께 한국영화만의 특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게임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곳은 게이머들의 세계다. 한국 게이머들과의 교류가 활발함은 물론, 리니지와 같이 전 세계가 열광하는 대작 게임들이 한국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게임대국으로 성장한 오늘 최대 한류수출상품인 게임에 한국적인 문화요소를 넣는 것은 어떨까? 와우(WoW)를 통해 영국 소설가 톨킨(J.R.R. Tolkien)이 만든 판타지 세계관을 경험한 게이머들이 한국 고유의 전통 판타지관으로 만든 게임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한국식 문화컨텐츠에 심취하게 되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장명철 코트라 런던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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