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읽기 - 조진래> 기업인 유병언, 장사꾼 유병언

라탄 타타(Ratan Tata)를 기억하는가. 그는 150년 전통 인도 최대기업 타타그룹의 명예회장이다. 그가 회장으로 있던 어느 날, 갑작스런 폭우로 도로가 엉망이 됐다. 그 때 바로 눈 앞에서 일가족이 탄 스쿠터가 미끄러져 모두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다. 스쿠터는 인도의 대안없는 교통수단으로, 서너명 탑승이 예사였다.

충격을 받은 타타 회장은 이후 한 공식 석상에서 “인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10만 루피(약 240만원)짜리 자동차를 만들어 공급하겠다”고 약속한다. 10만 루피면 스쿠터 2대 값이었다. 국민들은 믿지 못했다. 더군다나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그 가격에 맞추기는 불가능했다.

5년 후인 2008년. 타타 회장은 ‘나노’라는 소형차를 갖고 국민들 앞에 나타났다. “저는 10만 루피 차를 약속했었습니다. 그런데 5년 동안 철판, 타이어 등 자재비가 너무 많이 올라버렸습니다.” 국민들은 “그럼 그렇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곧이은 회장의 한 마디에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래도 이 자동차의 가격은…10만 루피입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 되겠다던 초심을 끝까지 지킨 것이다. 그는 회사 수익의 3분의 2를 사회재단에 넘겼고, 퇴임 때는 가족 승계 원칙을 깨고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인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의 요람인 인도과학원도 적극 지원했다. 인도 국민들이 어찌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져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대리인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이번 사고에 법적 책임을 떠나 전 재산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 법적 책임을 뒤로 하더라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 대리인은 ‘유 회장 일가’ 재산이 100억원 정도라고 했다. 수천억 자산가라는 보도와는 차가 너무 컸다.

그런데 ‘용의’가 있다는 게 뭔지 궁금하다. ‘법적 책임을 뒤로하더라도’ 라면 법적 책임은 없으니 묻지 말라는 얘기인지. 이미 확인된 유 회장 재산만도 수천억원이 넘는다. 해외에 숨겨둔 재산까지 노출되더라도 정말 그는 ‘전재산’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는 법적으론 이번 참사와 직접 관련이 없다. 청해진해운 모기업의 대주주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기업윤리와 책임이 거론되는 것은, 모두 그가 세운 회사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는데 창업자로서 무한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용서하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기업윤리도 없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여느 장사꾼과 다를 게 없다.

기업인이라면, 그리고 오너라면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실의에 빠진 희생자와 피해 가족들에게 진솔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이것은 법과는 또다른 문제다.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최대한 지키길 바란다. 피해자들이 개인적 보상을 거부한다면, 해운 안전을 위해 제3자에 맡겨 사고 재발 방지에 쓰이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유 회장이 부디 기업인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길 바란다.

조진래 논설위원

 

[정정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헤럴드경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
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기사 보도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
언 전 회장의 유족 측에서는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문
을 보내왔습니다.

1.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은 1987년과 1989년 그리고 1991년 검경의 3차례 집
중적인 수사를 통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관련이 없음
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2. 구원파의 교리 폄하 및 살인집단 연루성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를 한번 구원 받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며, 유병언 전 회장의 사업이 하나님의 일이며 회
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구원이고 예배라는 교리를 가졌다고 보도하였
으나 해당 교단에서 보낸 공식문서와 설교들을 확인한 결과 교리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3.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라는 보도에 대하여

세월호 사고 당시 먼저 퇴선했던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은 모두 기독교
복음침례회 신도가 아니며, 다만 승객을 먼저 대피시키다 사망하여 의사자
로 지정된 故정현선 씨와, 승객을 구하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된 한 분
등, 2명에 불과한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병언 전 회장이 교주도 총수도 아니며, 유병언 전 회
장은 1970년대 극동방송국 선교사들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은 있으
나 목회활동을 한 사실은 없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가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5.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의 5공화국 유착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1980년대 전경환 씨와의 친분 관계와 전두
환 대통령의 5공화국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유람선 사업 선정 등 세모그
룹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과 기
독교복음침례회는 5공화국과 유착관계가 없었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
검에서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6. 유병언 전 회장의 50억 골프채 로비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돈을 동원하여 50억 상당의 골프채로 정
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지난 10월 검찰이 해당 로비설
은 사실이 아니고 세모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회생하였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7. 유병언 전 회장 작명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세월'의 이름이 세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세월(世越)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세월(歲月)이며, 유병언 전 회장의 작가명인
'아해'는 '야훼'가 아닌 어린아이를 뜻하며 기업명인 '세모'는 삼각형을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