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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아이들의 무덤에 무엇을 바칠까
원통하고 비통한 너희 죽음에 먹먹한 가슴을 가눌 수 없다. 미안하다 애들아. 부디 이 비루한 어른들을 용서치 말아다오. 꽃다운 너희 청춘을 앗은 추악한 어른들의 거짓과 위선에 자비를 베풀지 말아다오.

너희가 꿈꾸었던 수행여행길은 아주 작은 행복, 작은 위안이었지. 너희는 그것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갑갑한 일상과 구속에서의 탈출이라 믿었었지. 그래 맞아. 그래서 엄마, 아빠는 네 먼 여행길에 걱정이 앞서면서도 네 작은 행복과 소중한 추억을 위해 제주여행을 허락한 것이었단다. 그러나 애들아, 어른들은 결국 너희가 꿈꾸던 잠시의 휴식마저 빼앗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애들아. 고꾸라진 세월호에서,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서 생전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과 싸우며 간절하고, 애타게 구조를 바랐을 아이들아. 비겁하고 무능한 어른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선장과 승조원은 저 혼자 살겠다고 가장 먼저 배에서 빠져나왔다. “움직이지 말고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지시에 따라 선실에서 퇴선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너희를 남겨둔 채 말이다. 그래, 아이들아 아직 이 땅에는 자기 목숨만큼 남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약자를 돕는 의인(義人)은 많지 않구나.

미안하다 애들아. 어른들은 무능했다. ‘세월호’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근해에서, 그것도 두 시간여에 걸쳐 침몰하는 동안 어른들은 일사불란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침몰 한 뒤 이틀이 지날 때까지도 어른들은 자연의 위력 앞에 무력한, 존재감 없는 자신을 탓하며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단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는 순간, 너희가 보여줬던 사랑과 용기는 오히려 감동적이었다.

아들아, 너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엄마에게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남겼었지. “엄마, 내가 말 못 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라고. 네가 입밖에 꺼내기 부끄러워하던 말. 그래서 가슴에만 품었던 말. 아들아, 고맙다. 엄마는 네 마지막 문자고백에 가슴이 벅차 오늘도 하염없이 감사의 눈물만 흘리고 있단다.

수학여행길에 사촌동생에게 기념품을 사다주겠다고 약속했던 딸아, 네가 동생에게 전한 마지막 문자 메시지도 잊을 수 없다. “언니가 말이야. 기념품 못 사올 것 같아. 미안해.”라던 그 메시지. 이승의 끝을 예감하면서도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던 너. 그 의연함에 어른들은 고개를 들 수 없단다.

뒤집힌 선실에 거꾸로 매달려 “꼭 살아서 만나자” 고 약속했던 아이들아. 미안하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너희 용기는 살았지만 죽어사는 어른들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거다.

너희 없는 동안 눈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애들아 이제 눈물을 거두련다. 비루한 어른들에 의해 희생된 너희 무덤 앞에 선물을 바치기 위해 이제 일어서련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사람 목숨을 짐짝 취급했던 어른, 무사안일에 빠져 책임질 줄 몰랐던 어른, 적당한 타협과 흥정으로 자기 배만 불려왔던 어른,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되풀이했던 어른 세상의 종말을 위해. 아이들아,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그때까지 이 못나고 비루한 어른들을 부디 용서치 말아다오.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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