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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대한민국 총체적 부실 세월호, 잊지말자
재연된 우리의 불쌍한 자화상
2008년 日 동북지진과 오버랩
대책은 내놓지만 지켜지지 않아
냄비근성 계속땐 역사의 죄인


세월호 침몰후 한국은 또다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사고 원인을 보면 어느 한 부분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담고 있는 대한민국 부실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사건 후 쏟아지는 여러 사고 원인은 그동안 여러번 보았던 우리의 불쌍한 자화상의 재연이다. 싫어도 일본과 우리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일본 도후쿠(東北)지진 후 모 일간지 기사 중 일부다. “일본 도후쿠 지방에 진도 7.2의 지진이 급습했다. 8만여명이 사망한 중국 쓰촨 지진에 버금가는 강진이었다. 하지만 피해는 놀라울 만큼 경미했다. 사망 및 실종자는 22명에 주택은 12채가 무너졌다. 두 지진의 내용이 달랐다는 말도 있지만 13년전 일본 고베 지진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보았다. 고베 지진 당시 6400명이 죽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냉정했다. 큰 일이 터져도 감정을 속으로 누른다. 그렇지만 절대 잊는 법이 없다. 눈물 대신 대비를 해왔다. 주택은 진도7, 건물은 8로 그 내진 기준을 바꾸었으며 도호쿠 지진은 그런 노력의 결과다”

다음은 세월호 사건 후 모 일간지 보도 ‘대형사고 그렇게도 당하고도…정신 못차리는 대한민국’ 중 일부다. “대형사고가 터진 후에 온갖 대책을 쏟아 내지만 한동안은 모양새만 갖추다가 이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사고가 발생한 뒤 만들어진 대책과 매뉴얼은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고 또 대책을 내놓지만 지키지 않아 사고가 터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규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우리 사이에 얼마나 자리 잡고 있는지. 정부의 기능이라는 것 또한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다. 다른 나라에서 쓰지 않는 노후선을 도입해서 무리하게 중ㆍ개축 했으며 그 큰 배가 출항할 때 얼마나 탔는지 조차 몰랐다. 배 안전 검사는 너무 엉터리여서 배에 비치된 구명뗏목 46개중 1개만 작동했다. 확률이 2% 정도였다. 경력 1년짜리 부적격자가 배를 몰았으며 화물은 규정을 초과해 과적했고 제대로 고정 장치도 안했다. 승객들 목숨을 책임져야할 선장은 제일 먼저 도망갔다. 사고후 정부의 모습은 정부가 아니었다.

이런 부실 국가가 있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만 쳐다보는 나라라고. 모든 결정은 다 청와대가 하고 청와대에만 잘 보이면 되는 나라이고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에 따라 실행만 하면 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한다. 총리도 장관도 안보이고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저 받아쓰기만 하는 수동적인 나라의 모습이 이런 일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 국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내각이 자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그리고 잘못되면 엄하게 책임을 묻는 그런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보는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그리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를 고치지 않고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고도 압축성장의 흔적이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지만 종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살아남는다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이제 없애야한다.

교통법규나 거리 질서와 같은 조그마한 규정과 원칙라도 지키지 않으면 엄청 손해를 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기성세대들의 잘못이다. 무능한 정부,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잘못된 생각 등등 우리 사회 전체가 공범이라고 생각하고 인식과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안전한국, 선진한국으로 나가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드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에도 요란만 떨다 잊어버리는 냄비가 될 경우 우리는 영원한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정장선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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