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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백종원> 참사 재발방지책 설계의 핵심 고리
국가적 재난이다. 세월호 침몰은 불가항력적인 ‘재난’이 아니라 운행과 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사고 초기부터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재난의 경험과 지식 등이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작성돼 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뉴얼을 작성하고 평소 훈련으로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난이 닥쳐도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서 매뉴얼은 사용자와 관리자가 쉽게 이해해 신속하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간결한 시각언어로 작성된다. 위기시 시간에 따른 대처방법을 순차도(flowchart)와 같은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이미지 정보로 디자인된다. 특히 재난대응 매뉴얼은 ‘중요한 것 먼저’ 조치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은 ‘재난을 유형화하고 대응을 표준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재난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정한 정도의 패턴이 있기 때문에 유형화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과학이 가능성을 열어가고 디자인은 해결안을 제안하고 예술은 질문을 던진다”는 존 마에다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재난은 발생하고 디자인은 대응안을 제시하고 과학은 피해를 줄인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은 자연을 대상으로, 디자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과 디자인의 공통점은 미래에 발생될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해결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재난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것처럼 디자인도 사회적 난제나 고정관념을 넘어 문제의 정의를 정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유형의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예기치 못한 사고와 재난을 맞닥뜨리면서 이에 대한 예방과 대비의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다. 재난에 대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간과 속도, 구조인력 투입과 그 성과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의사결정이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의사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는 재난으로, 더 큰 재앙으로 번지게 된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효과’와 ‘효율’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 프로세스가 합리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목표 달성의 결과인 효과(effect)와 구조과정에서의 효율(efficiency), 두 가지를 짜임새 있게 갖췄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놓친 것은 물론 인명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기회마저 잃었다. 예측불가능한 ‘사고’였지만, 초기 대응으로 충분하게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인 ‘재난’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이다. 백지 위에 이번 인간(man)이 저지른 난맥상을 모두 그려놓고, 매뉴얼(manual)의 실천력을 담보할 장치를 짜임새 있게 디자인할 때이다.

백종원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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