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금융社 감사위원회, 존재의 기로에 서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비자금 조성, 부당 대출 등 최근 은행에서 발생된 내부비리로 인해 금융회사들이 운영 중인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가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사고를 사전 견제하는 것뿐 아니라 사후 진상을 규명하는데도 감사위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 온정주의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인에게 감사 역할을 맡긴 것이다. 상근감사 체제가 아직 남아있긴 해도 영미식 감사제도에 가깝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감사위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도록 돼 있다.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외환ㆍ씨티ㆍSC 등 주요 7개 은행의 전체 감사위원 29명 중 90%에 육박하는 25명이 사외이사다.


하지만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주로 경영진과 사적(私的) 연관성이 있는 인사들이란 점에서 ‘공정의 날’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주요 은행들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최고경영자(CEO)급 임원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또 감사위의 개최 빈도가 높아야 월 1회 수준이라 효력있는 감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외이사들이 한 달에 한번 와서 남의 회사의 내부 문제를 촘촘히 들여다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달 감사위에서 결의되는 것도 ‘감사보고서 작성ㆍ제출에 관한 건’, ‘정기주주총회 부의의안에 대한 사전심의에 관한 건’ 등 형식적인 안건들뿐이다.

자본시장법상 감사위원 중 1인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로 선임하도록 돼 있지만, 금융회사의 전문화된 영역에서 감사요인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사위가 내부사고를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데에는 제도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제도를 더 개선하기보다는 운영의 묘(妙)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근로자 대표 감사’를 둘 수 있는 ‘독일식 감독이사회(Aufsichtsrat)’ 도입을 검토해볼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종업원 대표 등이 참여하도록 해 영미식 감사제의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의 ‘보이지 않는 끈’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