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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담배소송’과 국민건강권
공공기관 최초 국민건강 보호
흡연 억제 · 담배 유해성 확인 등
손해배상 소송 이상의 효과 기대
금연 후진국 벗어날 계기 되기를


지난달 26일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선전포고의 문을 열었다. 정부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담배소송 수행을 위한 소송대리인 선임공고를 내고 4월 11일 접수마감을 선언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소송대리인 선정절차를 거쳐 소송대리인이 선정되면 소송규모와 소송대상을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확실치는 않지만 소송규모는 최소 537억원, 최대 2302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바야흐로 건강보험공단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담배회사들과 일대 결전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이번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 결정이 여러 면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무엇보다 담배소송은 국민건강권을 보호하는 조치로서 그 의미가 지대하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 결정에 대해 ‘본연의 업무나 똑똑히 해라’, ‘건강보험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술수’라는 비난도 있지만 세계보건기구, 시민단체, 지자체에서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번 담배소송은 공공기관이 제기하는 최초의 소송으로서, 단순히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차원에 머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6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국민건강권 조항을 두고 있다. 흡연으로 인해 국민건강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의 소송제기는 사실상 국민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원인제공자인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고 피해확산을 차단하는 조치다. 이는 헌법상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담배소송으로 흡연억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 4800여 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관련 물질들이 함유돼 있는 담배는 심혈관 질환, 폐 질환 등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각종 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문헌도 숱하게 많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담배의 유해성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그동안 준비한 빅데이터 분석자료들을 이번 소송과정에서 제시하게 되면 흡연의 폐해가 더욱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온 국민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흡연자들은 좀 더 빨리 금연을 결심할 수 있고, 청소년과 같이 아직 담배를 피우지 않은 예비흡연자들은 담배 배우려는 마음을 접을 것이다. 더 나아가 범국민적 금연운동이 다시 한 번 불붙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이 없다.

셋째,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실추된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담배가격이 가장 싸고 성인남성흡연율이 최고 수준인 한국이 이번 담배소송을 통해 금연 후진국의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1994년부터 46개 주정부가 소송을 제기해 배상합의를 받아냈고, 캐나다는 2013년 5월 온타리오 주정부가 담배소송에서 승소했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미국과 캐나다의 뒤를 이어 한국의 금연정책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국가적인 사건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번 담배소송은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결단이란 점에서 승소여부를 떠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크나큰 가치가 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캐나다에서처럼 담배피해를 구제하는 입법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하면서 공중보건을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디딘 건강보험공단의 활약을 기대한다.

문창진 차의과학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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