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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로노는 주택시장, 요즘 키워드는 ‘디커플링’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1.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H공인. 불과 한 달여 전 시세 동향을 확인하기 위한 전화문의로 활기를 띠던 사무실이 이날은 조용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과세 방침을 발표한 이후 갑작스럽게 매수세가 식은 이후 요즘은 관망세가 대세다. 이 중개업소 김모 사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 거래는 물론 문의전화조차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2. 같은날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1계. 강서구 방화동 치현마을 서광 아파트 전용면적 59.67㎡형이 감정가 2억2000만원에 경매에 나와 2억2619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3월 처음 경매에 나왔을 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물건인데 이번엔 19명이나 몰렸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102%까지 치솟았다.

주택시장이 따로 놀고 있다. 매매시장은 지난 2월26일 임대주택 과세 계획이 담긴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빠르게 식어가는 데, 아파트 경매시장과 분양시장은 과열 조짐까지 보이는 등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기준 주택 매매시장과 경매, 분양시장은 같은 흐름을 보이는데 요즘엔 이들이 제각각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주(3월29~4월4일) 0.01% 하락했고, 신도시와 수도권은 0% 변동률로 마침내 상승세가 꺾였다. 다소 보수적으로 시세 흐름을 파악하는 한국감정원도 이 시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 변동을 보이며 오름세가 꺾인 것으로 파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차시장 과세 방안이 발표된 이후 3월부터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완전히 꺾였다”며 “하락세가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와 분양시장과 분위기는 다르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5.78%를 기록했다. 2010년 2월(85.18%) 이후 처음 85%를 돌파한 것. 일반적으로 낙찰가율이 80% 이상이면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으로 본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매매시장에 기대감이 클수록 경매에서 입찰가를 높여 응찰하는 사람들이 늘어 낙찰가율이 올라가는데 요즘 분위기는 그런 공식이 깨졌다”며 “매매와 경매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 이달 3일 청약접수를 받은 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리베라2차’ 청약접수에선 1순위에서만 577가구 모집에만 2159명이 몰렸다. 평균 3.74대1의 경쟁률로 전주택형 청약을 마감했다. 같은날 경북 칠곡에서 청약접수를 한 효성 해링턴플레이스3차에서는 784가구 모집에 2648명이나 몰려 역시 3.37대1의 평균 경쟁률로 대부분 청약을 마감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자료를 활용해 순위내 청약(1~3순위)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2월 전국 평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5.56대1이었고, 3월에는 6.34대1로 더 높아졌다. 권일 닥터아파트 부동산팀장은 “올 1~3월 청약통장을 사용한 1순위 청약자는 총10만7759명으로 작년동기 보다 3.6배 많다”며 “분양시장은 어느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시장에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시장과 경매시장에 몰리는 사람들은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라면서 “보다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저렴한 새 아파트나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매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분양은 특히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고 일단 청약을 하고 장기적으로 내집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보다 선호한다”고 해석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은 인기 물건에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장별, 상품별 개별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주변 분위기에 따른 투자를 피하고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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