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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내몰린 청년주거> ‘부모우산’ 접는 순간 나락으로…청년층도 주거약자로 규정해야
<下> 해결책은 없나
몇년간 지출없어야 월급 모아 전세마련
부모지원 없으면 사실상 꿈도 못꿀판

자격제한 둔 공공임대시스템 개선시급
주거문제 해결 주택협동조합 확산도


# 1. 결혼 2년차 이 모(30ㆍ여)씨 부부는 작년 초 서울 옥수동 A아파트 전용 59㎡에 전세금 3억원을 주고 입주했다. 외벌이 남편의 월 소득은 실수령 기준 300만원 정도. 전세금은 시아버지가 전액 마련해줬다. 부부는 수도권에 전용 84㎡아파트(시가 4억~5억원 상당)도 갖고있다. 역시 부모님이 사줬다. 하지만 이들은 옥수동을 ‘선택’했다. 다리 하나 건너면 강남일 정도로 교통이 편하고 본가 식구도 강남에 살아서다.

중ㆍ고층에서 한강이 보이는 이 유명브랜드 단지(총 1820여가구ㆍ2012년 말 입주)전용 59㎡(3층)의 3월 신고거래가는 5억50000만원이다. 84㎡(5층)는 7억3000만원이다.

# 2. 결혼 3년차 맞벌이 윤서준(가명ㆍ32)씨 부부는 수도권 한 주공아파트(전용면적 85㎡)에 전세금 1억8000만원을 내고 산다. 빚은 전셋값의 절반수준이다. 부모님이 어렵게 9000만원을 마련해 주셨다. 맞벌이 중인 부부 소득은 월 450만원 정도다. 그러나 3개월 뒤 재계약할 이곳에선 더 살기 어렵다. 전셋값은 5000만원 가량 올랐고, 빚을 더 내는 건 부담이 크다. 직장(서울 도심)에서 더 떨어진 전셋집을 찾는 윤씨는 “죄송스럽지만, (본가에서) 1억원만 더 보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누구는 부모의 전폭적 도움을 등에 업어 거주지를 고를 여유까지 있다. 반면 누구는 본가 지원이 부족해 주거비 ‘장벽’에 떠밀리는 게 한순간이다.

그러나 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력으론 빚을 내도 집값 감당이 어려운 ‘주거약자’라는 것. 이씨는 9년, 윤씨 부부는 최소 4년 간 ‘지출 0원’으로 월급을 모아야 전세금이라도 스스로 댄다. 청년주거가 맞닥뜨린 불편한 현실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청년층은 주거약자다” = 전문가들은 젊은층 대부분이 겉보기엔 부모 지원을 받는 것으로 간주돼, 이들을 주거약자로 보기 주저하는 시각을 꼬집고 있다.

진남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소득 관점에서만 청년주거현실을 봐 온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청년은 벌이만 괜찮아지면 집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일종의 ‘신화’가 존재해왔단 의미다. 


문제는 소득이 높아도 부모의 ‘우산’이 걷히는 순간, 자력으론 월세 감당조차 어려운 청년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만20∼34세 청년가구는 주거안정을 위한 내집마련의 의지는 강하지만 돈(경제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월세→전세의 주거상향은 구조적으로 봐도 가장 어렵다고 진단했다.

홀몸으로 객지에 나와 혼자 벌며 월세를 살지만 부모의 얼마 안 되는 재산때문에 자격제한에 걸려 주거복지 혜택을 못 받는 청년도 무수하다. 통계엔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소득ㆍ연령ㆍ세대원(가족) 수 등으로 자격제한을 둔 현행 공공임대 공급시스템도 청년층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공공임대주택 95만여 가구 중 20∼34세 입주 비중은 11만6157가구로 12.2%가량 된다.

특히 청년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경우 공공임대 16만8000가구에 사는 청년층 비중은 8375가구로 5%정도다. 연구소의 최은영 박사는 “청년을 (임대가구 입주대상에서) 공식적으로 뺀 건 아니지만, 가구원 수나 소득 등으로 이들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현실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 “집값, 너무 비싸다” =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집값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변창흠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청년들이 자신의 노동이나 자본투입만으로 집을 구해야 했다면, 결과적으로 이렇게 집값이 높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집값 자체가 너무 비싸다는 게 청년주거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엔 수억원대 집값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전세 살던 부모 세대는 어느정도 모인 종잣돈에 전세금 뺀 돈을 얹어 집을 샀다. 집값이 오르면 그때부터 ‘평수(면적) 갈아타기’로 재산을 불렸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도 이런 식으로 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 소장은 “전세 위주였던 우리 주택시장이 너무 급작스레 월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에 자산도 소득도 부족한 청년들만 애꿎게 노출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 문제, 스스로 해결한다 = 이같은 현실을 스스로 타개하려는 노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청년 주거복지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공식 발족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하 조합)이 그것이다. 이날 창립대회엔 청년주거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합은 조합원 출자로 주택을 매입 또는 임차해 조합원에게 일정 기간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할 예정이다. 장기 계약으로 임대료는 시세의 75% 정도로 낮춘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9월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한 조합은 3월 현재 출자금 355만원, 조합원 43명을 모았다. 조합원 대다수는 20대후반∼3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다.

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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