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 - 이해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는 없다
대한민국 온라인 무료게임 홍수
아동 · 청소년 잇단 게임중독 피해
관련부처 게임규제 거부감 대신
이용자 보호 · 안전 되돌아봐야


규제 개혁이 화두다. 관료주의와 행정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다양한 규제가 우리 경제뿐 아니라 서민생활에도 많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본질이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된다면 이는 경계해야 한다.

얼마 전 대통령까지 참석했던 규제개혁 대 토론회에서는 관련 부처 장관이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며 관련 제도와 입법 활동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했다. 그동안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해온 게임업계에선 표정관리라도 해야할 분위기다. 게임산업을 진흥하고, 문화융성의 컨텐츠로 육성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인터넷과 게임 이야기만 나오면 등장하는 “규제과잉으로 인한 피해주장”에 대해선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과연 게임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한가? 법과 무관하게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어떤 게임이든 접근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또 우리나라처럼 무료게임이 많은 나라도 없다. 대부분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아이템을 구입해야 하는데, 청소년 자녀들이 아이템 구입을 위해 부모의 카드를 도용하고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의료현장에선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전국 어디서든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려 있고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로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가득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최근 흥미로운 외신 하나로 벨기에에서 스마트폰 광고에 6세 이하 소아의 광고 출현을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4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휴대전화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디지털미디어 산업에 대한 진흥과 지원 못지 않게 아동, 청소년들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피해도 균형 있게 예방하고자 함이다.

미국의 소아과학회는 초중고생들에게 하루에 1~2시간 이하로 스마트 스크린기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영유아 15.1%가 매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15%의 아이들이 매일 두시간 이상 게임을 하며, 10세 이하 아동의 주간 인터넷 사용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상황을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류매출 8조, 사행산업 매출 14조에서 알 수 있듯이, 중독관련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매출 8조 수준에 마케팅비로 400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게임업계가 “게임관련 규제가 심하며, 이로 인해 게임의 창조성과 산업적 가치가 훼손당한다”고 주장할 때, 인터넷게임중독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할 수 있나?

게입업계와 관련 이해당사자 및 관련 부처는 규제개혁을 논하기에 앞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와 안전하고 건전하게 인터넷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보제공 등 기본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게임중독의 예방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되어 있는 정부부처의 태도는 무척 실망스럽다.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법률’이 게임산업진흥 뿐만 아니라, 게임과몰입과 중독에 대한 예방, 치료의 의무도 부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규제 해소를 강변하는 균형 잃은 모습은 더 이상 인터넷 게임 중독의 예방과 치료라는 미션이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법과 행정체계’ 아래서는 수행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거나, 제안되고 있는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을 위한 정책과 중독예방관리치료법 등의 가치를 규제개혁이란 논리아래 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알코올, 약물, 도박, 인터넷 게임 등의 중독질환 관련 업무가 각 부처와 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배치되어 국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부처와 산업의 이해에 따라 정책이 수립되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산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복지의 원칙에 근거해 다양한 중독의 위험과 폐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