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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 이 된 손연재, 세계를 품다
마냥 앙증맞던 ‘요정’은 더이상 없다. 유럽의 높은 벽을 넘어 세계 정상에 근접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다. 연기는 눈에 띄게 성숙해졌고 프로그램에선 힘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번 더 힘차게 날아오른 요정은 마침내 세계를 품었다.

손연재(20·연세대)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종목별 결선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일궜다.

손연재는 7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리스본 월드컵 볼 종목별 결선에서 17.500점을 받아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17.400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곤봉 종목별 결선에서는 17.450점으로 2위 디나 아베리나(러시아·17.250점)를 앞섰고 마지막 리본 결선에서도 17.150점을 받아 2위 아리나 샤로파(벨라루스·17.050점)를 꺾었다. 이로써 손연재는 전날 개인종합에서 네 종목 합계 71.200점으로 정상에 오른 것을 포함해 이번 대회서 네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카테고리 A’ 월드컵 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인 ‘카테고리 B’ 월드컵이다. 마르가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등 강적들이 지난주 홀론 그랑프리에 출전한 뒤 이번 대회는 건너 뛰었다. 하지만 스타니우타 등 유럽의 적수들이 여전히 포진해 있는 데다 한국 선수가 시니어 월드컵 사상 첫 4관왕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손연재는 ‘독종’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올해부터 어머니 윤현숙 씨가 러시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지난 4년 간 노보고르스크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하루 8시간 이상의 강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 매니지먼트사인 IB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안한다. 옆에서 봐도 정말 외롭고 힘들텐데 독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이를 악물고 하루종일 훈련만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에 오르며 5위에 랭크됐지만 더 높은 곳을 원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우선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전 종목 프로그램을 수정하며 난도를 높였다. 이전에 ‘귀여움’이 주무기였다면 이번엔 성숙하고 파워 넘치는 연기를 내세웠다. 그 가운데서도 이국적인 음악 ‘바레인’에 맞춰 ‘아라비아의 무희’로 변신한 리본에서는 관능미와 성숙미가 절정에 달했다. 체력훈련과 식단 조절을 통해 근육량도 키우며 연기에 힘을 붙였다.

손연재는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을 때 뭉클하고 행복했다”며 “신체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난도를 높이고 훈련량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7개 대회 연속 메달에 성공한 손연재는 오는 11일 이탈리아 페사로 월드컵에서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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