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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또 홈쇼핑 비리, 감시 시스템 있기는 한가
갑(甲)의 지위를 악용해 검은 돈을 챙기는 TV홈쇼핑업체들의 고질화된 비리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TV홈쇼핑에 상품이 나오게 해주겠다며 영세 제조유통업체들을 등쳐 수억원씩을 챙긴 롯데홈쇼핑 간부 2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도 홈쇼핑 업체 간부들이 똑같은 혐의로 대거 구속됐고, 업계가 대대적 자정 방안을 강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비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홈쇼핑 비리는 대부분 형태가 같다. 우선 홈쇼핑 구매 담당자가 ‘팔릴 만한 물건’을 선정하는데 자사의 상품을 포함시키려고 영세 중소업체들은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이 과정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검은 돈이 오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설령 구매 대상 품목에 들었더라도 좋은 방송 시간대를 잡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황금시간대는 아니어도 최소한 늦은 밤이나 시청률이 극히 낮은 시간을 피하려면 편성담당자들의 은밀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방송 한 번 타려면 몇 단계의 로비를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돈을 뜯어내는 방법은 혀를 내 두를 정도다. 판매 금액의 1~4%를 떼 월급처럼 받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인사할 곳이 많다’거나 ‘이번에 많이 팔렸으니 보너스를 내라’는 등 갖가지 명목을 붙여 뒷돈을 더 요구한다. 또 수뢰사실을 감추려고 가족명의의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그 수법이 치밀하다.

그런데도 납품업체들이 TV에 나오려고 기를 쓰는 것은 ‘대박’의 기대 때문이다. 사실 방송 판매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한다. 공식적인 판매 수수료와 배송비, 모델비, 사전 영상 제작비 등 업체가 떠안는 비공식 비용까지 떼고 나면 매출 금액의 절반이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납품업체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들이어서 일단 방송에서 ‘완판’되거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 덕을 톡톡히 본 기업도 여럿 있다. 이러니 홈쇼핑업체들이 아무리 횡포를 부려도 납품업체는 꼼짝 못하는 것이다.

TV홈쇼핑은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고, 자사의 제품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자는 게 근본 취지다. 이런 취지는 오간데 없고, 갑의 횡포와 비리만 난무하고 있다. 상품 선정과 방송편성 담당자의 권한을 대폭 줄이고, 내부 감시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홈쇼핑이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끝이다. 아울러 홈쇼핑 업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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