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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발시대에 머물고 있는 60살 産銀 위상
창립 60주년을 맞은 산업은행이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 지원, 금융선진화 선도, 시장안전판 기능 강화, 지속가능한 정책금융기반 확충, 통일시대 준비 등 5대 중점 사업을 설정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산은 역사상 첫 교수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기로 지난 대선 때 ‘경제교사’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의 낙점으로 산은 CEO에 오른 만큼 창조경제, 통일시대 준비가 산은 중장기 비전의 주요 키워드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환갑을 맞은 산은은 몸집은 비대하나 기초체력은 부실한 공룡과 같은 상태다. MB 정부 때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이미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생명, KDB자산운용 등을 거느린 자산 200조원대 거대 금융그룹이 됐다. 비금융 부문에선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우조선, 대우건설, STX조선해양 등 10여개 기업을 인수했다. 비금융 자산만도 40조원을 웃돌아 재계 20위 안에 들 정도다. 정부 소유 국책은행이 민간 금융회사들과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산업재벌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부실기업 뒤처리에 동원되면서 산은은 지난해 1조4000여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런 큰 적자 폭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몰아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산은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결국 국민 세금에 손을 벌리는 것과 같다. 잦은 시장개입이 화근이 됐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 ‘연명치료’를 하다 입은 손실이 적지 않다. 기업 구조조정 역할은 이제 사모펀드 등에 상당부분 넘겨줘야 한다. 그래야 산은의 역량을 해외로 돌려 현재 12% 수준인 해외 영업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중장기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MB 정부의 산은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면서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분리작업에 들어간 2500억원대의 비용이 허공으로 날아갈 판이다. 이전에 비해 늘어난 인력의 활용도 큰 숙제다. 매 정권 정책방향이 오락가락 하다보니 아까운 세금만 축낸 꼴이 되고 말았다. 홍 회장은 지난해 10월 산은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낙하산’이지만 오히려 부채가 없어서 좋다”고 했다. 부채는 지킬 기득권이 없다는 뜻이다. 산은의 위상은 아직도 20세기 개발연대 시대 머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제 세계 일류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할 때가 됐다. 60세 장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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