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 정장선> 朴대통령의 독일 방문 이후
드레스덴서 밝힌 대북선언
야당엔 일언반구 없던 정책
獨통일의 국민적 합의 본보기
여야 · 보혁 다양한 목소리 듣길


1964년 독일을 방문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내에 마땅한 독일전문가가 없자 군 복무 중인 독일 유학생을 전역시켜 동행하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유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독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당시 한국은 120여개국 중 가장 못사는 나라로, 1인당 GDP가 76달러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돈을 빌리려 했지만 독일 정부가 빌려주지 않자 간호사와 광부들의 임금을 담보로 1억4000만마르크를 빌린 게 우리나라였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50년 만에 다시 독일을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차관을 얻고 라인강의 기적을 보러 갔다면,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독은 동반자로서 양국 간 경제 등 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간 것이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통일은 대박이라는 강한 말을 대통령 스스로 함으로써 그동안 한참 비켜 있었던 통일 문제가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태였고, 통일독일 방문 중 어떤 구상이 나올까 이목이 쏠렸던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대학에서 발표한 대북 선언은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이라는 3대 원칙으로 요약된다. 이는 천안함 사건으로 꼼짝달싹 못하는 남북관계에서 진일보한 것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야당은 총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구체성이 없으며 야당과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고, 남북은 지난달 31일 연평도에서 마주 보며 대규모 포격 훈련을 가하는 등 전혀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독일에서 발표한 대북 정책도 의미 있지만 독일 진보당인 사민당의 동방 정책을 보수당인 기민당이 승계해 통일까지 이룬 정책의 일관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었는지 대통령은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정권을 잡을 때마다 마치 대북 정책은 정권의 전유물인 양 여겨왔다. 그러기에 대북 정책은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했고 그 과정에서 국론 분열이 심각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선례가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한민족 공동체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이 방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김영삼ㆍ김대중ㆍ김종필 3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고 국회에 설치된 통일위원회에서 각계의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남북의 적대관계 극복과 공존ㆍ공영의 기본 틀을 제시했으며, 여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었다.

이제 통일이 진정한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이끄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보수와 진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통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과거와 같이 형식에 흐르거나 일부의 의견만 수렴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보는 그동안 민족을 중심으로 한 통일론을 제시해왔지만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회의론이 많이 생기고 있다. 보수는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 정책을 고수함으로 실질적 정책이 없다시피 했다. 이러한 한계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통일은 한 정권에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출발점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지금은 남북을 둘러싼 이념 갈등이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고, 한반도를 들러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 독일의 통합정치와 통일 정책 수립과 국민적 합의 과정을 많이 보고 왔으리라 생각하고 기대해본다.

정장선 전 국회의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