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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한국 기업들의 ‘원 찬스’
‘원 찬스(One Chance).’ 영국의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금을 울리는 가창력을 인정받아 일약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된 폴 포츠의 인생을 그린 영화다. 그의 첫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지만 번번이 장애물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폴 포츠, 그때마다 그를 보듬고 격려하는 주변사람들의 사랑. 이를 잔잔하게 엮어낸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다. 개봉관 상영 막바지에 영화를 봤는데, 며칠 후 길에서 구입한 잡지 ‘빅 이슈’의 커버스토리가 마침 지난달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을 열한 번째 방문한 폴 포츠 인터뷰였다.

휴대폰 판매사원에서 인생 역전을 이룬 그의 인생 궤적은 대부분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운명을 바꾼 오디션 참가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 대목은 흥미롭다. 동전의 뒷면이 나와서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면 지금 그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아직도 휴대전화를 팔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폴 포츠가 이번 방한 때 만난 가수 허각은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린다. 환풍기 수리공 출신인 허각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만 해도 우승 상금으로 전셋집을 마련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실력 있는 가수로 각종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들에게 인생 역전을 안겨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경쟁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 요즘 방영 중인 ‘K팝스타3’만 봐도 본선 진출자들은 대부분 노래에 재능이 있고, 열정이 넘쳐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들은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밤을 새우고 갈라진 목을 견디며 연습에 몰두한다. 하지만 탈락이 결정돼도 아쉬운 미소와 함께 패배를 인정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이전 시즌에서 중도 탈락했던 참가자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재도전해 더 높이 올라가는 모습에서 이들의 미래를 믿는다.

공정한 경쟁시스템과 거기에서 생존하기 위한 열정, 몰입과 자기희생, 그리고 결과에 대한 승복과 재도전이야말로 개천에서 웅크리고 있던 용을 치솟게 하는 원동력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토대인 ‘기본이 바로 선’ 나라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그늘 속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기술력과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경쟁의 룰을 제대로 만들고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열정과 도전의 기업가 정신을 충만케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라 치열하게 경쟁해 얻는 성취감이다.

그렇다고 승자 독식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력 있는 기업의 패자 부활이 가능해야 한다. 실리콘밸리가 벤처의 산실이 된 것은 망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그 와중에도 실력을 키워 대박을 터뜨리는 기업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은 패자 부활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전하게 해도, 재도전이 힘들 정도의 개인은 사회복지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 게 맞다. 절망의 폴 포츠를 가족과 친구가 위로했듯이 말이다. 

박승윤 산업부장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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